[ 최진석 기자 ] 김인경(29·한화)이 7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 걸어온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전날과 달리 버디가 침묵하면서 다른 선수들과의 타수 차이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2위와 6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인경은 2타 차까지 좁혀진 압박감을 이겨내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품었다.
이날 경기 후 주최 측에서 선정한 ‘최고의 샷’은 김인경의 17번홀(파4) 두 번째 샷이었다. 전반 9개홀에서 1타만 줄인 김인경은 10번부터 16번홀까지 파 행진을 이어갔다. 버디 퍼팅이 홀을 살짝 비껴가면서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그 사이 전날 7언더파로 마친 미셸 위(미국)가 12번홀까지 7타를 줄이며 14언더파로 맹추격을 해왔다. 조디 이워트 섀도프(잉글랜드)도 전날 8언더파에서 이날 하루에만 8타를 줄이며 김인경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섀도프는 김인경에게 단 두 타 차로 따라붙었다.
17번홀은 파4 홀이지만 거리가 414야드로 짧지 않았다. 그린 앞에는 개울이 있고, 뒤에는 벙커가 버티고 있었다. 개울이나 벙커에 빠지면 타수를 잃을 게 불 보듯 뻔했다. 자칫하면 더블보기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실제 이 대회 2라운드에서 17번홀에서만 더블보기 9개가 쏟아져 나오는 등 골퍼들이 가장 어려워한 홀이었다.
김인경의 올 시즌 LPGA 투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49.37야드로 106위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올린 뒤 남은 거리는 179야드였다. 코스에선 맞바람이 불었다. 김인경은 두 번째 샷 때 아이언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았다. 스윙 자세를 취한 김인경은 긴장한 탓인지 클럽을 다시 내려놓았다. 심호흡한 뒤 다시 자세를 취했다. 이어 친 두 번째 샷은 하늘로 솟구치더니 개울가를 살짝 넘어 그린 위에 떨어져 컵 쪽으로 굴러갔다. 마지막 위기를 극복한 순간이었다. 컵까지 거리는 4m가량. 김인경은 버디를 잡아내지 못했지만, 파로 막으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김인경은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미소를 띠며 갤러리의 응원에 답례를 보냈다. 이번에도 4m 버디 퍼트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김인경은 파를 잡은 뒤 환하게 웃으며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김인경은 “코스 곳곳에 리더보드가 많아서 2타 차까지 쫓긴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며 “하지만 침착하게 파를 지켜나간 게 우승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인경과 같은 한화그룹 후원을 받는 신지은(25)은 이날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6위를 차지했다. 신지은은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처음 톱10에 입성했다. 이날 4타를 줄인 김효주(21·롯데)도 공동 7위(11언더파 277타)에 올랐다.
앞선 두 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커트탈락한 김효주는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전날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친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1타도 줄이지 못해 공동 11위(10언더파 278타)에 만족해야 했다. US여자오픈 챔피언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4언더파 68타를 적어내 공동 16위(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메디힐)은 1오버파 73타로 부진하며 공동 43위(4언더파 284타)에 머물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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