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억원 더 내놔라"…연봉 1억 노조의 '로또 소송'

입력 2017-08-07 17:41  

통상임금 소송의 이면

기아차 노조 승소할 경우 평균 1억1000만원 일시금
'상여금은 제외' 암묵적 합의…사측 "신의칙 적용이 마땅"



[ 강현우 기자 ]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 측이 최종 승소하면 3만여 명의 생산직 근로자는 평균 1억1000여만원의 일시금을 받게 된다. 평균 연봉이 9600만원(2016년 기준)인 기아차 근로자들이 ‘로또 소송’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은 2011년 10월 “연 750%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연장근로 등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미지급 임금을 내놓으라”는 체불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150%)을 계산하는 도구적 임금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으면 연장근로수당이 크게 늘어난다. 기아차뿐 아니라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부분 제조업체의 연봉이 큰 폭으로 뛰게 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법원은 2심까지 ‘월 15일 이상 근무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상여금 지급 규칙 때문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았다. 통상임금의 요건 중 하나인 ‘고정성’(일한 시간에 비례해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근로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으려면 월 15일 미만 근로자도 일한 시간에 비례해 상여금을 받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아차에는 이런 규칙이 없어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회사 안팎의 우려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가 유일하게 의지할 곳은 법원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이다. 2013년 말 대법원은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신의칙 법리를 제시한 바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등을 정해왔고 △근로자의 청구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신의칙에 위반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요건인 노사합의의 경우 기아차는 노사 간에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과거 30여 년간 기본급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왔다. 노사는 이 해석에 맞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고, 매년 임금 인상 수준도 그 합의에 따라 결정해왔다. 기아차 평균 연봉은 2001년 3900만원에서 지난해 9600만원으로 15년간 연평균 6.2% 뛰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암묵적 합의를 기반으로 매년 이 같은 인상률에 합의했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기아차의 경영상황에 비춰볼 때 두 번째 요건인 ‘경영상의 어려움’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기아차는 패소 시 지난해 순이익(2조7546억원)을 훌쩍 넘는 3조1000억여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지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매년 수천억원의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신의칙 적용에 대한 하급심 판결들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관련 기업에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과거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동원금속 등의 사건에선 1심과 2심에서 신의칙 인정 여부가 엇갈렸다.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할 때에도 삼성중공업 사건(창원지법)에선 현금성 자산을 기준으로 본 반면 현대다이모스 사건(대전지법)에선 이익잉여금을 주요 지표로 삼았다. 동원금속 사건에선 배당금 지출 규모로 판단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일관된 판결을 내놓지 않으면 ‘일단 소송이나 내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신의칙의 구체적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2015년 10월 다시 전원합의체를 구성했다.

■ 통상임금

일상적 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 근로기준법은 야근·주말특근 등 연장근로 시 통상임금의 1. 5배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적으로(정기성), 근로자 모두에게(일률성), 추가 조건 없이 일한 시간에 따라(고정성)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민법 제2조).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 합의가 있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돼 그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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