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창의성과 프랜차이즈

입력 2017-08-07 18:13  

전용주 < 딜라이브 대표 yjeon@dlive.kr >


프랜차이즈란 용어는 요즘 시중에 회자하는 식음료 소비 산업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프랜차이즈란 말이 널리 쓰인다. 미국 할리우드나 미디어 분야에서 흥행이 입증된 영화나 시리즈 타이틀의 속편을 지속해서 제작해 고정 팬을 유지하고 다양한 수익원을 확대해 가는 과정 또한 프랜차이즈라고 한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상업적 흥행은 과거 제작했던 소재나 방식에서 탈피한 독특한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선입견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프랜차이즈화된 타이틀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프랜차이즈화를 통해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영화나 방송 타이틀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슈퍼맨 시리즈, 터미네이터 시리즈, 트랜스포머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대표적 프랜차이즈 사례다. 디즈니의 각종 애니메이션 시리즈, 범죄 수사물인 CIS 시리즈, 왕좌의 게임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 등은 미디어 분야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이 유독 미국의 영상산업이 글로벌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배경은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다. 분명 미국의 영상산업에 종사하는 우수한 몇몇 인재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세계 소비지들이 환호할 수 있는 흥행의 방정식을 찾고 수입 극대화를 위한 프랜차이즈화를 과감하게 추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독특한 창의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작품 시도와 기존에 흥행한 타이틀의 재생산이 얼핏 보면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글로벌 영상산업의 승자들은 기존에 흥행한 타이틀이 형성한 소비자층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의성을 절묘하게 잘 융합한 사업자들임을 알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우리 한류 영상물의 성공 가능성은 이미 검증돼 있다. 하지만 한류 영상물의 지속적 성장과 세계 시장에서의 수입 창출을 주도적으로 키워가기보다 새로운 창의성을 가진 한류 영상물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기존 흥행 타이틀의 프랜차이즈화 노력도 과감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엽기적인 그녀, 겨울연가, 대장금 등 전 세계에 흥행한 많은 영화·드라마 타이틀을 보유한 나라가 해외 시장에서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한 사례를 못 만든 이유는 창의성과 프랜차이즈를 배치되는 다른 영역으로 이원화하고, 서로 융합하려는 노력을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게 아닌지 의심해 본다.

전용주 < 딜라이브 대표 yjeon@dliv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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