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억측에 억지까지 더한 특검의 이재용 구형

입력 2017-08-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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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 결심공판에서 특검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모두 다섯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430억원대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뇌물공여 혐의가 첫 번째다. 이어 실제 전달된 298억원에는 횡령, 최씨의 독일 회사에 지급한 돈에는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했다. 또 승마지원 사실을 숨기려 했다며 범죄수익 은닉과 청문회 위증 혐의도 추가했다.

이 중 핵심은 뇌물죄다. 나머지 네 개는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대부분 인정되지 않게 된다. 그런데도 특검이 다른 혐의를 줄줄이 붙인 것은 형량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뇌물죄는 최대 형량이 3~5년이다. 이에 비해 횡령이나 재산도피의 경우 징역 5년 이상 무기 징역까지 가능하다. 형량을 늘리기 위해 특검이 무리하게 혐의를 추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특검이 핵심인 뇌물죄 자체를 주로 정황 증거로 밀어붙였다는 데 있다. 뇌물죄는 청탁이 입증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세 번 만났다지만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정유라를 지원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게다가 삼성의 스포츠재단 출연과 정유라 씨 말 지원은 모두 공식적인 회계장부 작성을 통해 이뤄졌다. 강요에 따른 지원이었고 뇌물이나 횡령이라면 투명한 회계기록을 남겼을 리 만무하다.

특검은 “전형적 정경유착 부패범죄로 국민 주권과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이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처벌해야 국격을 높이고 경제성장과 국민화합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슨 정치인의 연설문 같다. 재판은 피고인이 누구이든, 냉철한 이성을 통한 논리적 법 적용 과정이어야 함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특검은 국민화합과 같은 정치적 수사에 호소할 게 아니라 명백한 증거와 인과관계부터 밝혀내야 한다.

세계가 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삼성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위법을 봐줘서도 안 되겠지만, 정치와 여론의 눈치 때문에 억측과 억지를 근거로 엄벌을 주장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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