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우리 군이 ‘공관병 문제’로 뒤숭숭하다. 지난달 31일 군인권센터가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의 ‘공관병 갑질 의혹’을 처음 폭로한 뒤 파문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7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박 사령관의 부인이 참고인 자격으로 군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군인권센터는 소환을 기다렸다는 듯 6차 폭로를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방부가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육·해·공 참모총장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총출동해 공관병 운영 개선 대책을 논의했다.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신규 대북 제재안을 결의하고 미국 백악관이 처음 ‘한반도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언급할 정도로 주변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과는 온도 차가 났다.
공교롭게 이날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북한은 정부 성명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전면 배격하고 미국에 천백 배 갚아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연히 송 장관도 “북한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말을 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이 이날 내놓은 공개 메시지는 공관병 갑질 문제뿐이었다.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자식들을 보낼 수 있는 군대가 돼야 한다”는 내용 위주였다.
공관병은 원래 군 전투력 강화를 위해 생겼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지휘관이 원활한 지휘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다. 이 때문에 군의 장성급 지휘관에게만 공관병이 배속된다. 그것도 사단 참모나 군단 참모를 제외한 야전 지휘관 중심이다.
국방부는 공관병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관병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개혁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나온다. 국방부는 “지휘관들의 불합리한 지시를 없애면 된다”거나 “공관병을 민간인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관병 대신 세금이 들어가는 민간 인력을 쓰는 방법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계병 같은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심부름병으로 전락한 공관병 인력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정인설 정치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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