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외교장관 '단 3분 조우'…극명한 입장차만 확인

입력 2017-08-07 20:11  

마닐라 ARF 개막

강경화 "베를린 구상 호응 기대"
이용호 "남측 제안 진정성 결여"

한·미·일 북핵대응 연쇄회담



[ 이미아 기자 ]
남북 외교장관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만났다. 하지만 첫 조우는 단 3분 만에 끝났고, 양측의 극명한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저녁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ARF 환영 만찬 때 대기실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베를린 구상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 당국자가 현지에서 전했다. 남북한 장관급 고위 당국자가 대면한 건 문재인 정부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강 장관은 이 외무상에게 ‘베를린 구상’을 전달하고, 대화제안에 북측의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외무상은 “남측이 미국과 공조하에 대북 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대북제안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우리 측 제의에 담긴 진정성을 강조하고, 북측의 호응을 재차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두 장관의 조우는 대기실에서 장관들 사이에 상호 악수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달 한국 정부의 남북 군사회담 및 적십자회담 제안에 무반응으로 일관해 왔다. 북한의 회담 제의 거부가 북측 고위 당국자의 육성으로 직접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남북 대화의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 장관과 이 외무상은 이날 오후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회의에 나란히 참석했다.

북한은 이날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조작해 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반(反)공화국 제재결의를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로 준열히 단죄규탄하고 전면 배격한다”며 “미국의 극악한 범죄의 대가를 천백 배로 결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RF 회의에 앞서 강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낮 12시9분부터 12시55분까지 46분간 마닐라 시내의 한 호텔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선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의 완전한 실행을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고, 두 나라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마닐라=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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