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허술한 입법'에…카드가맹점 기준 뒤죽박죽

입력 2017-08-07 20:50  

시행령 조항 따라 기준 달라져
수수료 우대 조항에선 연 매출 3억 넘으면 중소
리베이트 조항에선 대형…"기준 명확히 해 혼선 줄여야"



[ 김순신 기자 ] 금융위원회의 허술한 입법행위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서 가맹점 기준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연매출 3억~5억원 수준인 가맹점들이 조항에 따라 중소가맹점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대형가맹점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금융위는 지난달 31일부터 개정된 여신전문금융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이번 개정은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시행령 6조13항을 고쳤다. 기존 조항에서 연매출 2억원 미만은 영세가맹점, 2억~3억원은 중소가맹점, 3억원 이상은 대형가맹점으로 분류됐다. 새 조항에선 영세가맹점 기준은 연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가맹점 기준은 연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밴 대리점에 대한 리베이트 요청을 막기 위한 조항(시행령 6조14항)에선 연매출 3억원 이상 가맹점을 대형가맹점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매출 3억~5억원의 가맹점은 13항에선 중소가맹점, 14항에선 대형가맹점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시행령이 개정될 때 14항은 고쳐지지 않아 이 같은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영세·중소가맹점 확대를 재촉하다 보니 금융위가 심사숙고하지 않고 법령을 고쳐 이 같은 누더기 시행령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중소가맹점으로 새로 편입된 가맹점(연매출 3억~5억원) 때문에 부당한 리베이트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밴 대리점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연간 3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가맹점의 리베이트 요구를 막는 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선 일부 가맹점의 리베이트 요구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라며 “수수료 기준으로 중소가맹점이 된 가맹점주에겐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선 사람들이 혼동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은 많을수록 좋고 리베이트 허용 가맹점은 적을수록 좋은 것 아니냐”며 “향후 리베이트 금지 대상 가맹점을 대형가맹점으로 지칭하지 않고 ‘리베이트 금지 가맹점’ 등으로 용어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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