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라지만…

입력 2017-08-08 18:23  

투기와의 전쟁, 탈원전, 사드 배치 논란 등
합당한 상황진단보다 이념에 치우쳐
시장과 과학 거스르는 정책은 성공 못해

김영용 <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국가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주요 방책은 국방과 치안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강제력을 보유하고 군대와 검찰, 경찰을 유지한다. 국가는 이런 국가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정부는 당연히 국민의 생명 및 자유와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를 진다.

문제는 정부가 국가의 기능 수행에 충실하지 않고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수의 표를 얻어 집권하는 합법적 민주정 하에서도 국가의 기본 책무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들과 연대해 합법적으로 집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 집단이 국가의 책무를 방기한 채 자신들의 이념이나 그에 지지를 보내는 집단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지속하는 경우 선거에서 승자 연합에 속하지 못한 또 다른 다수가 먼저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그런데 그런 정책으로 정권의 지지 집단이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라 전체가 피폐화돼 자신들의 삶 역시 피폐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임계점을 넘어 그런 정책이 지속될 경우 국가는 몰락하는 운명에 처한다.

지금까지 나온 현 정부 정책들은 그런 우려를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북핵 위협은 나날이 증대하는 데도 불구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갈팡질팡하는 국방 정책을 보며 불안해하지 않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끝없이 양산되는 복지 정책과 그에 소요되는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증세 일변도 정책으로 한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가? 한참 동안 풀어놓은 통화 문제에 대한 성찰 없이 집값 오름세가 투기 세력에 의한 것이라는 진단으로 실패한 과거를 되풀이하는 부동산 정책은 과연 적절한가? 원자력 발전을 하지 않고도 전력 공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언젠가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도달했을 때 원전 폐쇄와 핵물질 조달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인가? 의심스럽고 신뢰하기 어려운 정책들이다.

국민의 안정적 주거 생활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경제 개혁 정책, 원전 없이도 전력 공급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정책에 대해 어깃장을 놓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 정부 정책들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멀어진 경제 정책이나 과학 문명에 반(反)하는 정책은 성공한 적이 없고 또 성공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선의의 조언(助言)을 하는 사람들을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전에 그런 정책들이 과연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먼저 성찰해야 한다. 거대 사회는 권력의 힘으로 하루아침에 재편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정부 조치가 비록 현행법상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생명 및 자유와 재산을 함부로 침해한다면 국가 구성원인 개인으로서는 존 로크의 지적처럼 하늘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외침으로부터의 안전을 담보해 주지 못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는 곧 그런 경우에는 위정자에게 구속되지 않고 불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그 불복종은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엉성하기는 하지만 국가 설립에 관한 사회계약론을 따르더라도 ‘개인은 국가나 정부에 어디까지 자신의 권리를 위임했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등이 요즘 한국의 정당들이 내건 구호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 만큼 지극히 타당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구호들을 볼 때마다 어쩐지 불편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이번에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정책을 들고나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괴롭힐지 두렵기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각자의 삶은 각자가 꾸리고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인생이다. 내 삶을 당신들 생각대로 바꾸려고 하지 말라. 연평도 잘 지키고 남의 생명과 재산을 약탈하는 범죄만 막아준다면 이 나라 국민들은 각자 알아서 평화롭게 잘살 수 있다.

김영용 <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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