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지난달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진찰료 체계 개편을 위한 심층진찰료 도입방안’에 관한 연구용역 공고를 냈습니다. 대형 대학병원들이 외래진료를 확장하면서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까지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며칠 뒤 보건복지부의 계획도 발표됐습니다. 시범병원을 선정해 일부 진료과목 초진 환자에게 15분 진료를 하면 지금보다 진료비를 3~4배 정도 높여주겠다는 것입니다.
심평원에 따르면 대형 대학병원의 외래 진료비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05년 1조2220억원이었던 대형 대학병원 외래 진료비는 2015년 3조3576억원으로 1.7배 급증했습니다. 대형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의 16%인 90만명은 동네의원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이 가벼운 환자입니다. 하지만 이들 환자가 대형 대학병원에서 동네의원으로 회송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2014년 기준 88만2471명의 환자 중 0.2%에 불과한 1392명만 동네의원으로 회송조치됐을 뿐입니다. 심평원은 이들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진료받으면 한해 1482억원의 진료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형 대학병원은 중증질환 입원 및 심층 외래진료 중심으로 바꾸고 지역 거점병원은 일반적인 입원과 수술을, 동네의원은 증상이 가벼운 혼자의 외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재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대학병원이 증상이 심한 환자를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진료비를 높여줘야 한다는 게 복지부 생각입니다. 심평원은 서울대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을 해 적정한 진료비를 정할 계획입니다. 논의되는 진료비는 15분 진료에 9만~10만원 정도입니다. 현재 진료비가 2만4040원인 것을 고려하면 환자 부담은 그만큼 올라갑니다.
이 같은 방안이 발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형 대학병원에서 3분 진료를 경험했던 환자들은 “15분 진료를 한다며 의료기관 진료비만 올려주고 정작 환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가뜩이나 예약이 힘든 대형 대학병원 예약이 더욱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의료계도 불만을 표했습니다. “15분 진료를 위해 대형 대학병원 진료비를 올리는 것보다 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떤 대책을 내놔도 대형 대학병원 환자 쏠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대형 대학병원과 동네병원, 동네의원 역할에 대한 설득과 이해 없이는 의사도, 환자도 만족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끝)/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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