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통상임금 '신의칙' 판결 지연에 하급심 '오락가락'… 소송만 늘었다

입력 2017-08-08 19:15   수정 2017-08-09 06:22

'휴일근무 중복가산' 등 쟁점…수년째 결론 못내고 장고 거듭
정부·정치권도 법규 정비 손놔…17일 기아차 1심 선고도 연기



[ 김주완 기자 ] 회사가 고정적으로 지급한 정기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3년이 넘었지만 관련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통상임금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법원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정부와 정치권도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규를 여전히 정비하지 않고 있어서다. 오는 17일로 예정됐던 기아차 1심 선고도 미뤄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 시영운수 운전기사들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는 소송이 2015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2013년 12월 전합 판결에서 언급한 ‘신의칙 적용’이 핵심 쟁점이다. 신의칙 적용이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민법 제2조)이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칙에 위반돼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의 해석을 두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은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2012년 3월 상고한 통상임금 소송을 5년 넘게 따지고 있다. 여기서는 ‘휴일근무 중복가산’ 문제가 쟁점이다. 휴일근무수당을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로 계산할지, 휴일근무는 연장근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통상임금의 200%로 계산할지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면서 통상임금 소송은 증가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이 수백 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임금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는 소멸시효(3년)가 다가오고 있어 올해 통상임금 사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미룬 사건도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기아차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소송 1심 선고를 오는 17일로 예정했다가 이날 연기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2013년 대법원 판결 이후 새로 생긴 문제는 한동안 노사 합의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대법원의 추가 판결이 지연되면서 관련 소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선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근로시간 문제가 대표적이다. 근로기준법에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이 규정돼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이와 별도로 주말근로 16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고용부 해석을 따르지 않고 ‘주말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기 때문에 휴일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과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을 중복 지급하라’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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