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8·2 대책 세부지침 '갈팡질팡'… 은행들 일대 혼란

입력 2017-08-08 19:51  

준비 없이 발표부터 한 탓
은행들 질문지만 60페이지
당분간 '반쪽 영업' 불가피



[ 윤희은 기자 ] “8월2일 이전에 분양받은 사람들의 집단대출 건은 창구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이주비·중도금 대출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예정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되나요?”

지난 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14층 세미나실에서는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가 열렸다. 금융감독원 가계신용분석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8·2 부동산대책’과 관련한 적용기준 확립과 예외규정 설정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우리·신한·국민·KEB하나·기업·농협 등 6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SC제일·한국씨티 등 외국계 은행, 지방은행인 부산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 등에서 30여 명의 가계대출 담당 실무자가 참석했다.


당초 2~3시간가량으로 예상했던 회의가 길어진 것은 은행 측 질문에 대한 금감원 답변이 미흡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실무자들은 △새 정책 시행 후와 전에 걸쳐 이뤄진 대출 건이 있을 때 이 건의 ‘승인 시점’을 심사통과·고객통보·전산기록완료 중 어느 것으로 봐야 하는지 △투기지역 아파트담보대출을 이미 보유한 이가 집단대출을 신청했을 때는 취급 기준이 달라지는지 △대출을 신청한 부부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모두 보유 중인 경우 서민 실수요자 요건인 ‘부부합산 소득 6000만원 이하’를 확인할 정확한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줄줄이 문의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상당수 질문에 “논의 중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은행 직원은 “정교한 준비과정 없이 무작정 새 제도를 발표하는 바람에 일선 창구에선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정리해줘야 할 금융당국마저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결국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끝났다. 은행들은 대출 실무를 진행하기에 앞서 정해져야 할 사항을 담은 질문지를 금감원에 전달했는데 분량이 60페이지에 이른다. 금감원은 회의 후 은행들로부터 새 부동산 대출규정과 관련한 질문을 취합해 ‘FAQ(자주 묻는 질문) 문집’을 내놓기로 했지만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은행들은 현재로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반쪽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한 은행 임원은 “8·2 부동산대책 도입 전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논의할 기회라곤 부장급 회의 두 번이 전부였다”며 “쏠림현상을 방지하겠다며 급하게 정책을 도입한 ‘졸속행정’ 때문에 오히려 뒷수습이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윤희은/정지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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