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 "적폐인사 박기영 임명 철회하라"…여당 "유구무언"

입력 2017-08-09 19:34  

'황우석 사단' 임명 논란 확산
청와대 "R&D 예산 관장 적임자"…논란 예상에도 임명 강행

야당 "수첩인사와 뭐가 다르냐"



[ 조미현/김소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황우석 사태’에 깊숙이 연루됐던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가 논란을 사전에 예상했음에도 인사를 강행한 것은 문 대통령 의지가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박 본부장 인사에 반발하고 있는 것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박 본부장은 황우석 전 교수를 지원하면서 연구에 기여하지 않았는데도 조작으로 밝혀진 황 전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14조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관장한다.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 자리에 박 본부장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인사는 “문 대통령은 각 부처에서 주먹구구식으로 R&D 예산을 배정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노무현 정부 때 R&D 지원 체계를 구축한 박 본부장이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과거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비판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첩 인사’와 다를 게 뭐냐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인사추천 실명제’를 약속할 정도로 인사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 검증 실패로 낙마하자 청와대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급히 구성하고 검증 체계 재정비에 나섰다. 이 같은 시스템과 철학이 문 대통령의 ‘낙점’에 무력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전(前) 정권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더 크게 잘못된 인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한 사람은 무조건 기용되는 ‘노무현 하이패스’ ‘노무현 프리패스’ 지적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인사 자충수를 뒀다”며 “박 본부장은 혁신의 적임자가 아니라 청산해야 할 적폐인사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에 이어 시민단체까지 ‘촛불민심’을 내세우며 비판에 나서자 여당인 민주당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여당 관계자는 “입이 있어도 무슨 말을 하겠나”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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