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증여·다운계약·불법전매와의 전쟁…가족까지 계좌 추적한다

입력 2017-08-09 19:54  

국세청, 다주택자 세무조사 착수

국세청 '감시조직' 총동원
고가주택 몇 채씩 사들인 미성년자·무직자 조사
증여세 납부 기록 면밀 검토

분양권 차익 축소 신고, '불법 조장' 중개업소도 타깃
거래 과열지역 중점 관리



[ 이상열/김일규 기자 ]
국세청이 9일 28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전격 들어가면서 공개한 부동산 거래관련 세금 탈루 유형은 다소 충격적이다. 마땅한 직업도 없이 부모 등에게서 고가 주택을 여러 채 증여받으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거나 아파트 분양권을 수차례 팔면서 세금은 고작 몇백만원만 납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세금 탈루 거래를 한 당사자는 물론 거래 상대방과 가족까지 계좌 추적을 벌여 양도세·증여세·소득세 등 탈루 세금을 빠짐없이 추징해나가기로 했다.


변칙 증여 혐의자 가장 많아

국세청은 이날 세무조사 대상자의 세금 탈루 혐의 사항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무엇보다 다주택 보유자나 미성년자 고가주택 보유자 중 자금 출처가 불분명해 편법 증여 가능성이 농후한 혐의자가 전체 286명 중 100명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이뤄진 수십만 건의 부동산 취득 관련 자료, 전세권 등기 자료 등을 넘겨받아 전산으로 정밀 분석해 편법 증여 혐의자를 추려냈다”고 설명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부모로부터 10년간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이 넘는 금전·부동산 등을 증여받는 사람에게 증여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직업이 없으면서도 주택 세 채를 보유하고 있던 A씨는 올 상반기 서울 반포에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또다시 취득해 이번에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주택취득 자금을 부모 등에게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전세금 15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B씨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임대업자인 시아버지에게 전세자금을 받았지만 증여세 납부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개업소 등 사업자도 조사

실제보다 매매 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을 통해 양도세 등을 탈루한 사람도 이번에 세무조사 ‘철퇴’를 맞게 됐다. 한 부부는 혁신도시 등에서 고액의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분양권을 열두 차례나 매각하고도 세금은 400만원만 납부했다가 이번에 조사를 받는다.

청약 경쟁률이 33 대 1에 달해 프리미엄(웃돈)만 4억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 아파트를 판 C씨도 이번에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양도차익이 한푼도 없었다고 거짓 신고를 한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중개업자와 주택신축판매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중개업소 세 곳을 운영하는 D씨는 본인 명의로 아파트와 단지 내 상가 30채를 양도했지만 관련 소득은 3년간 1000만원에 불과했다고 신고했다. 수십 채의 빌라를 지어 판매한 주택신축판매업자 E씨도 다수의 부동산과 주식, 고급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소득은 너무 적게 신고해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로 세금 탈루 여부를 검증하기로 했다.

조합원입주권의 불법거래 검증

국세청은 이들 세금 탈루 혐의자는 물론이고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금융계좌까지 추적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부동산 중개업자에 대해선 중개수수료를 현금 등으로 받고 누락하는 것은 물론 분양권 등을 직접 전매하는 투기행위도 집중 검증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전국 지방국세청·세무서 371명의 ‘부동산탈세감시조직’을 총동원해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자금 변칙증여의 검증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지난 8·2 부동산 대책으로 금지된 투기과열지구의 조합원입주권 불법거래정보도 수집해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취득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는 자금조달계획서도 수집해 자금 출처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8·2 부동산 대책 규제를 덜 받는 지역인 경기도와 오피스텔·상가 등 다른 부동산으로 투기 수요가 이동할 조짐이 있다”며 “부동산 거래가 과열되는 지역은 중점관리 지역으로 추가 선정해 탈세행위를 적발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열/김일규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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