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유통과 물류에 융합하면서 물류혁신을 선도해온 미국 아마존이 이번에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결제 없이 주문하고 입어본 뒤 구매하는 ‘프라임 옷장(Prime Wardrobe)’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은 주문 전 상품을 가상으로 마음껏 착용해 보고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룩(Echo Look)의 스타일 조언도 받을 수 있다.
고객은 혼잡한 도로와 주차장을 거쳐 오프라인 매장에서 점원의 도움을 받아 여러 번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되는 매력적인 서비스다. 판매자도 매출 증대 기회는 증가하면서 반품 가능성은 낮아져 운송과 재고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처럼 전자상거래는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치열한 가격 경쟁과 빠른 배송에 소비자의 ‘무(無)노력 쇼핑’까지 지원하는 등 물류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이 물류 및 유통과 결합되면서 그 변화의 속도는 가히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불러오고 있다. 국가 간 장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유통 경쟁력이 기존 매장 입지, 상품 조달, 가격에서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 확보와 활용으로 급변하고 있다. 자칫 이런 변화의 흐름에 잘못 대응할 경우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글로벌 대형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 위험마저 있다.
우리만의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다행히 유통산업 혁신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우리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 경제나 산업 역사를 보면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쪽에서 생산, 소비, 수익 배분 구조를 결정해왔다. 이제 유통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물류에 ICT를 접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물류를 추진해야 한다.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는 스마트물류 부문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행보는 너무 더디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스마트물류 투자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투자비와 운영비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중소 물류기업 간 협업과 경쟁력 있는 스마트물류 플랫폼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화물의 빅데이터와 첨단 물류기술을 결합한 최적의 물류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우수한 제품을 보유하고도 국내 시장에 머무른 수많은 중소 제조업체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새로운 수출 채널이다. 이들이 물류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거대 플랫폼 기업의 단순 제조가공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세계시장 진출이 좌절되지 않도록 스마트물류 플랫폼 조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한진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jinhan@kt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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