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비판하고 좌천당한 공기업직원

입력 2017-08-10 14:51  

발전 공기업인 한전KPS가 소속 직원 인사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탈(脫)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반대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한 이 회사 임모 한빛3사업처장(1급 을)을 이달 1일자로 본사 원자력사업처 기술역으로 발령했기 때문입니다. 한전KPS는 단순 인사라고 해명했지만 고위직인 처장자리에서 단순 기술 조언을 하는 기술역으로 옮겨간 만큼 좌천성 인사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는 6월21일 조선일보에 ‘독자투고’ 형식으로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습니다. 지난달 29일 국민일보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우리나라 원자력의 미래’라는 제목을 달고 싣었습니다. 그는 이 기고를 통해 미국 웨스팅하우스 파산을 언급하며 “탈원전 정책은 웨스팅하우스 사례에서 보듯 축적된 원전 기술력과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고 국내 원자력산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을 경우 후대에 부담만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임모 처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지난달 29일 한전KPS를 관리·감독하는 상위 부처인 산업통산자원부의 워크숍 자리에서 벌어진 일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산업부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고 합니다. 김 경제보좌관의 질책 이후 나흘 만에 임모 처장의 문책성 인사가 진행된 것에는 어떤 상관관계도 없을까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을 국정과제로 꼽은 문재인 정부가 벌써부터 이런 의혹을 사는 것부터가 자가당착(自家撞着)입니다. 임모처장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를 막겠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전(前)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볼 때입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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