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필요...실효세율 높이는 방안 선결해야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당의 정체성에 대해 "국민의당은 호남이 주축이면서 진보와 보수가 섞인,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당"이라며 "사안 따라 합리성을 바탕으로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것이 당의 정체성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당제가 정착되면 국민의당의 색깔이 더 강해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당이 지속가능하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하나로 모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최근 이용호 의장이 대표 발의한 ‘카카오톡(이하 카톡) 업무지시 금지 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근무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사실 근로기준법도 그에 맞춰 바뀔 수밖에 없다. 근로 환경 변화에 맞춰 법안도 생기거나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국회의원이지만 업무적으로 하루 종일 연결되어 있다. 메신저를 보면 국회의원방, 대변인 방, 자체 방, 지역 공천 관련 등 많은 (단체톡)방들이 있다. 나만 해도 열댓 개 될 것 같다. 뭐가 들어와서 떠있으면 확인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회사원 입장에선 간부들이 뭔가 올리면 안볼 수 없지 않나. 이런 문제들을 해결 해달라는 민원이 많아 발의했다.
▶'업무지시'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업무지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사용자적 시각에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밤에 카톡으로 무언가 지시하는 것은 아예 말아야 한다. 단체 톡방이 밤낮없이 운영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밤에는 누구도 단톡방에 쉽게 접근해서 업무지시를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근로자가 낮에 업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밤에 휴식을 취하면서 일과 휴식이 분리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제일 심하다. 휴식할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물론 법안이 미흡한 측면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업무가 끝난 뒤로도 카톡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개선 측면에서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종별 특성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저는 이번 기회에 모든 직종에 있어 이런 부당한 카톡 업무 지시가 안 된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 할 것인가?
=저는 당론으로 추진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 9월 초에 토론회를 한번 해볼 생각이다. 바른정당도 유승민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제기해서 논의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신경민 의원도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발의했다. 서로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이번 정기국회의 뜨거운 이슈로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법이 미비하다고 해서 입법 안 할 게 아니다. 김영란법도 처음에는 얼마나 말이 많았나. 하지만 도입되고 나서 접대, 청탁문화를 많이 바꿨다. 그런 차원에서 언론 쪽에서도 문제의식을 제기 해주고. 문화를 새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탈원전에 대한 국민의당의 당론은?
=정부 정책을 무조건 잘 한다고 하려면 견제가 필요 없다. 정책이든 뭐든, 비판적 시각은 계속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비판적 논조나 시각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 악마의 변호인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악마의 변호인이란 토론할 때 무조건 반대만 하는 역할을 주고 반대 시각을 무조건 제시하는 것이다. 탈원전 문제 등 무슨 이슈가 있을 때 반대 시각도 필요하다. 그래야 건전하게 논의가 되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일정부분 필요하다. 탈원전의 큰 취지를 반대할 사람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겠나. 안전문제 등은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언제나 헌법과 법률에 따라 통치해야 한다. 대통령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그게 박근혜 정권이 갔던 길 아닌가.
신고리 5, 6호기를 멈춰놓는 결정은 탈법적인 결정이었다. 법적 근거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문을 보내서 공사를 일시 중단하면 좋겠다고 하니까. 한수원 이사회가 공문을 받고 날치기로 처리했다. 우리나라에 석유가 있나, 무슨 자원이 있나. 생산원가가 가장 싼 원자력이 있어 불가피하게 선택해서 온 것이다. 전 정부든, 그 전 정부든 모든 정부가 고민해온 정책이다. 길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공사를 일단 멈춰놓고 공사 중단에 대한 방향성을 정해놓으니 급전지시 같은 게 내려오는 거 아니겠나.
최근에 한 언론 보도를 보니 유류발전기를 풀가동했다고 하더라. 유류발전기는 다급하지 않으면 가동을 안 한다. 그리고 전력 예비율 기준을 기존 22%에서 18%로 내리겠다고 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대통령이 한 말씀 하시고 거기에 모든 곳이 문비어천가 부르듯 따라서 하는 분위기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하는데 현장에서는 블랙아웃이 되지 않을까, 전력예비율 10% 이하로 떨어질까봐 걱정이 되니까 자꾸 급전지시를 하는 게 아니겠나.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리고 실은 매몰비용이 발전기에 하나에 수조 원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것을 충분한 검토 없이 중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신고리 5, 6호기야말로 제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원전이다. 그러면 공사를 계속하고 나머지 오래 가동된 원전을 중심으로 먼저 문을 닫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나. 게다가 우리의 원전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앞서 있다. 앞으로 원전 해체시장도 굉장히 큰 시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새로 원전을 수주한 아랍에미레이트에 가봤는데. 원전 하나 건설하는데 수주비용이 수십조라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서 한 거지. 대통령도 당연히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거고. 그 현장에 우리 근로자가 굉장히 많이 가있다. 현장에 내가 직접 가봤더니 굉장히 자랑스럽더라.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앞뒤가 안 맞는다. 예비율도 마찬가지고 급전지시도 마찬가지고.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지금 4% 남짓에서 2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올리면 전력예비율을 더 높게 가져가야 한다. 바람 안 불면 풍력 발전이 안 되고, 구름 끼면 태양광 발전이 안 되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에너지정책은 국가중대사안이다. 개헌특위처럼 국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당연히 국회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더구나 전 정부가 해오던 방향에서 크게 방향을 틀면 국회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맞다. 국회도 의원들만 논의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불러서 충분히 토론회하고 해서 논의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자기 입맛대로 주문 생산하듯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결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여론이 좀 높다고 해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사람들을 모았다는 의심받을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었다. 정책은 홍보하기 나름이지 않나. 탈원전과 관련 없는 지역 사람들이 갑자기 원전에 관심을 갖겠나. 원전이 위험하다고 홍보해놓으면 무조건 탈원전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 그리고 이런 전문분야를 여론에 따라 왔다 갔다하는 것은 위험하다. 공론 과정을 거쳐도 최선의 방법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타 당과의 정책공조 방안은?
=국민의당의 상당수 의원이 호남 의원들이고.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한다. 23명이 호남이고. 나머지 비례 13명이고. 나머지 4명이 비호남. 호남은 개혁 쪽에 상당히 의식이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현 정부의 방향이 맞다고 한다면 당연히 협조할 것이다. 다만 법과 절차를 따르라는 것이다. 야당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그런 절차적 민주주의를 좀 따라줬으면 좋겠다. 우리도 과거 박근혜 정부에게 이런 것을 요구해왔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똑같은 우를 범하면 결국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그 피해는 국민이 보는 것 아니겠나.
▶야3당이 국회에서 공론화 기구를 만들어 공조할 가능성은?
=저희는 물론 할 것이다. 이미 탈원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미 하고 있다.
▶국회차원의 특별위원회로 탈원전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은?
=그건 계속 얘기해 보겠다. 제도적 틀 내에서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충분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3당이 공조하는 방향으로 얘기를 해보겠다. 좋은 생각 같다. 말만 국회에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제안을 해서 하면 좋겠다. 다른 당은 대체로 올 것 같다. 한국당은 무조건 반대이니 확신은 없다.
▶증세안에 대한 국민의당의 입장은?
=방향에는 동의한다. 당도 증세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워낙 양극화가 심하다. 소득세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복지수요가 있기 때문에 증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 예산이 불요불급하게 쓰여 지는, 낭비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세출 구조개혁이 더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전제가 되면서 증세도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한 테이블에 놓고 얘기를 하자고 제안 중이다.
▶소득세, 법인세에 대해 국민의당의 입장은?
=아까 말했지만 실제로 우리 실효 세율은 명목세율보다 훨씬 낮은 상태다. 공제나 비과세 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그런 부분을 우선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그러고 나서도 세수가 부족하면 증세를 하자는 입장이다. 법인세든 뭐든 어쨌든 증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실효세율을 먼저 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조세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더라. 세무사들이 일 많을 만 하다. 조세 개혁할 때 좀 그 과정을 간소화시킬 필요도 있다고 본다.
요즘 대기업들은 사내 유보금 등을 너무 많이 쌓아 놨다. 지금 근로자들에게 좀 더 많이 나눠 줘야 한다. 과거에는 회사가 운영을 해서 낸 수익 중 많은 부분이 임금소득으로 갔다. 절반 이상이, 부가가치 배분할 때 절반이상이 월급으로 나갔다. 근데 요즘에는 기업 이익 중 월급으로 나가는 비중이 20%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건 잘못됐다. 거의 대부분의 부가가치가 사내에 남아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법인세 올리는 건 긍정적이다.
▶실질적으로 부자증세의 효과가 3천7000억 수준이라고 한다. 실효성 있는 증세를 위해서는?
=우리당에서도 개세주의라는 것이 많이 깨졌다는 얘기를 한다. 절반이 세금을 안 내고 있지 않나. 다른 면에서 보면 포퓰리즘 차원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무차별적으로 복지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도 있다. 역시 마찬가지로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 총체적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지금 여러 가지 감면이나 공제를 통해서 세금 낸 것을 도로 가져가면 실제로 걷히는 세수는 절반밖에 안 된다는 실효적인 문제가 있다. 저도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는 있다. 우리도 뭐 기본적으로 중부담중복지 얘기하면 중부담은 혜택 당사자들이 낸다는 걸 포함한다. 폭은 다르긴 하겠지만 선언적으로라도 내고 다시 복지로 받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
▶최저임금 인상 관련해 복지 등의 분야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회복지 시설 같은 곳에 전체 예산을 주면 그 중 일정 부분이 인건비로 들어가고 나머지가 운영비로 들어간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인건비 비중이 높아져 버리니 운영비는 없어진다. 그런 모순 때문에 실제로는 시설 운영비나 이런 것들이 거의 없어져버리는 모순이 생긴다. 이런 부분을 고려한 총체적인 지원을 해줘야지. 그냥 최저임금만 높여줘 버리면 곤란하다.
이언주 의원이 해서 문제됐던 급식 아주머니 발언도 일정 부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식 아주머니의 경우가 그렇다. 급식비를 부모들이 좀 내고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 데,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 아주 작다고 한다. 현재는 학생들에게 약 2000원 정도가 돌아가는 건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아줌마들 인건비가 올라 아이들에게 실제로 가는 식재료비가 줄어든다. 최저임금을 높여주면 사회복지 시설이나 예산 지원도 거기에 맞춰 늘려줘야 한다.
▶앞서 대선 당시 국민의당의 최저임금 인상 계획은 2022년도까지 1만원이었다.
=우리는 대선 때 2022년까지 1만원까지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방향성은 맞다. 이 것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의 충격을 최대한 줄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쿠루지 영감’이라서 최저임금 인상을 좀 천천히 하자고 하겠나. 일반적으로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은 한 1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한계에 있는 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그 정도로 보고 인상 폭을 맞춰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최저시급을 15% 가량 올렸지 않나. 그건 충격을 줘서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겠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고 소득주도 성장을 하려면 임금을 인상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부작용을 감수하는 나름대로의 정책방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실질임금이 안 오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상공인들이 폐업하거나,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짜장면 값 올리고, 커피 값 올리고. 서민물가라고 하는 것들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런 물가 인상을 촉발시키는 요인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 만원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실질적으로 혜택을 조금 일찍 보는 것뿐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어떻게 보나?
=사실 내가 제일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 부동산 가격이다. 현 정부 들어서고 부동산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더라. 5월말인가 6월초인가 내가 제일 먼저 말했다. 부동산값 빨리 잡으라고. 근데 현 정부가 두고 보더라. 부동산 가격은 한번 오르면 젊은 층이나 없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힘들다. 우리 사회 격차는 크게 두 가지다. 소득의 격차와 부의 격차, 즉 자산의 격차. 현재 소득의 격차도 상당히 클 뿐만 아니라 자산 격차도 크지 않나.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이다. 소득주도 성장 시스템을 만들려면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또 그것이 선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 소득이 올라도 소용없다. 최저임금을 2만원으로 올려도 소용없을 것이다. 소용없는 짓을 왜하나. 부동산대책을 선제적으로 했어야했는데 못해 아쉬움이 크다. 정부의 대책이 늦는 사이 부동산 가격이 강남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올랐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초기에 실패했다고 본다.
▶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 인상 원인을 투기꾼 문제로 규정했다. 동의하나?
=투기꾼이라고 보기보다는 돈 있는 사람들, 개인이 많다. 부자들. 그 사람들이 마땅한 투자처는 없고 그러다보니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나중에 전세금 올리고 이런 문제들이 있다. 우리는 재산을 얘기할 때 소득만 얘기를 하는데 사실 집을 어디에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도 큰 문제다. 우리가 그런 얘기들을 잘 하지 않는다. 어제 보니까 10채 이상 가진 사람이 3만6000명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정부가 방치해놓은 것 아니냐.
▶이를 예방하는 방법이 보유세 인상 아닌가?
=우리는 보유세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 종부세를 하든가 아니면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금을 좀 돌려주고 두 채, 세 채 있으면 누진적인 보유세를 했으면 좋겠다. 물론 강남 아닌데 10채 가지고 있어봐야 강남에 한 채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도 집을 가지고 불로소득 얻거나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좀 억제할 필요가 있다.
▶김현미 장관은 본인이 다주택자인데도 다주택자 집 팔라고 경고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굳이 얘기 안 해도 우리 사회가 그렇게 (모순적으로) 되어있다. 대외적인 것과 자기 앞뒤가 다른 사람이 많다. 지역에 작은 집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 공직자들 중 집 많은 사람 팔아야 한다. 장관 차관 고위공직자들. 현 정부의 꼭 장관만 그럴 필요 뭐 있겠나.
▶서민 중 부득이 2주택인 경우 있어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모든 사정을 다 봐주면서 세금 물릴 순 없다. 적어도 우리가 서민들 주거에 피해를 주면서 자기들은 불로소득을 얻고자 하는 세력들이 있다. 그런 것은 좋지 않다. 그런 데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환수를 할 필요가 있다.
▶LTV DTI 대출 규제를 하면서. 물려받을 재산이 많은데 근로소득이 적으면 집을 사고. 물려받을 건 없는데, 근로소득 많으면 집을 못 사는 경우도 생긴다. 모순되지 않나?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월급만 많아선 집 사기 어렵다. 그런 경우 내 집 마련 처음 할 때는 대출 규제에 예외 조항을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건 한 번 얘기 해야겠다. 무주택자경우 LTV DTI 상관없이 얼마든지 (대출) 할 수 있도록 문제 제기를 한번 하겠다. 그러니까 집 가격이란 게 올랐다가 다시 주춤했다 또 올라가고. 대부분 그렇더라. 돈을 모아서는 못 사는 현실이다. 그러니까 이제 전세 끼고라도 살아야지. 5억, 6억 짜리 집을 사는데 1억만 있으면 되더라. 무주택자 경우 대출 규정에 예외를 시켜서 좀 그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정부 대출 기준을 강화해 집을 살 사람이 없어져버렸다. 실수요자까지 막았다는 지적이다.
=언론 보도를 봤다. 근데 이게 굉장히 미묘한 문제다. 가격이 안 오르면 사람들이 집을 안 산다. 지금 보면 부동산을 어디에 갖고 있냐에 따라, 집 값에 따라 부의 격차가 생긴다. 이는 일하는 만큼 벌고, 그 소득으로 경제를 돌린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는 충돌한다. 현재 주택의 공급도 부족하지만. 아무리 공급을 많이 하더라도 지금처럼 두면 한 사람이 열 채, 스무 채 사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독일은 집 가지고 재테크하지 않는다. 임대세 인상이 없다. 한번 임대로 들어가면 편안하게 자기 사는 동안 보장이 된다. 우리처럼 2년마다 집값올리고, 전세금 인상, 이런 거 불가능하다.
▶부동산을 여러 채 소유해 자산을 불리는 사람도 있지만. 거주하면서 오르는 경우도 있다
=거주하면서 집값이 오르는 것과 이곳에 집을 사면 살면서 오를 수 있을까 생각하는 건 애교같다. 당연한 것이다. 예를 들면 재건축지역, 다소 낙후된 지역에서 쭉 살아오던 사람이 재건축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을 누가 비판할 수 있겠나. 하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재건축 아파트를 자신들이 몽땅 끼고 이걸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자사고 외고 폐지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교육 부분은 다소 약하지만, 우리 학생이나 국민들이 다양한 선택 할 수 있어야한다고 본다. 나도 자녀가 외고를 나왔는데. 이게 강제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놓는 것이 본인한테 굉장히 스트레스를 주는 모양이더라. 실제로 가보면, 이론적으론 어느 학교든 차별 없이 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만, 한편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우수한 소수가 끌고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경제영토가 전 세계적으로 뻗어있지 않나.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이 나오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에 사람이 다 평등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이 다르다. 본인들이 언어나 특수 능력이 있고 특수한 학교들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나. 내 생각에는 우리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외고, 민족사관고, 특목고 들은 이유가 있어 있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수요에 맞게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여당하고 차별화 안 되는 것 아니냐, 국민의 당의 색깔이 무슨 색이냐는 말들이 있다. 국민의당은 어떤 노선인가?
=정책적으로 한국당이 보수 정당이고 민주당이 개혁적인 정당이라고 보면 우리는 그사이에 있는 정당인건 맞다. 우리 당이 어떤 이념적 정체성을 갖고 탄생한 정당이 아니다. 현실은 호남이 주축이면서 상당히 정신적으로는 진보적인 색깔도 꽤 있는 정당이다. 그런가하면 당내 일부는 한국당 못지않게 보수적인 사람도 있어서 정체성이 균질하지 않다. 상당히 스펙트럼이 넓은 당이다.
정책에 대해서 모든 게 중도라고 말하기 어려운 정당이다. 이번에 출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당제를 많이들 얘기하는데, 다당제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선거를 여러 번 치르면서 국민의당이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 현재는 모순적인 정당인건 맞다. 지역적으로도, 이념적으로도 그렇고. 균질화 되지 않았다. 하나로 모아진 그런 형태가 아니다. 모든 면에서 그런 정당이다
▶그렇다면 그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할 것인가, 다양성을 하나로 좁히려 할 것인가?
=이 정당이 지속가능하려면 여러 가지 위험을 무릅쓰고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누가 봐도 저 정당은 이념적으로, 정책적으로 중도 개혁적인 정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변모하면 좋겠다.
▶당의 지향점은 주로 개혁 쪽으로 봐야하나?
=지금 우리 당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게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시끄러운 거다. 우리 당이 이념적으로 중도 개혁 정당으로 딱 자리 잡고 맞는 사람은 모이고 나머지는 헤쳐모이는 것이 맞다. 그렇긴 한데, 현실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자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모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지되는 것이다.
▶중도개혁주의와 극중주의는 같은 개념인가?
=극중주의는 굉장히 생경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사실 나도 대학을 나왔는데 극중주의를 처음 들어봤다. 중도개혁적인 것은 좋은데, 실제로 중도는 어찌 되었던 회색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 한국당 양당이 자기편 안 들어주면 상대방의 2중대라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그게 중도적인 정당의 한계다. 우리가 집권해버리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양당이 커서 우리는 그 사이에 껴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회색지대에 있다. 언제나 비판받을 수 있다.
▶기계적 중립 같단 얘기도 있다.
=실제로 중도적인 위치라고 해도 정책마다 현실 적용할 땐 위치를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부동산은 어떤 게 극중주의라고 생각하나. 법인세는 어떤 게 중도겠나. 한국당이 내리자하고 민주당이 올리자하면 가만있는 게 중도, 극중주의인가? 현실에서 적용할 때는 이론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각도 중도라는 게 분명하지 않다. 사드는 어떤 게 극중주의냐. 배치하자, 철수하자는 입장의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겠나? 가만있는 게, 전략적 모호성이 중립이겠나. 아니면 성주 말고 대전 정도에 대한민국의 중심에 가져다놓는 게 극중주의겠나? 현실과 이론은 다르다.
▶그렇다면 사안에 따라 합리적 바탕으로 보수 진보 넘나드는 것인가?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게 우리 당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이런 노선이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그런 상황이지 않나. 그거 가지고 고민이 많다. 여론도 떨어지고. 어느 순간 보수나 진보 쪽에서 굉장히 패착, 큰 실수를 하게 되면 그러면 여론이 어딘가 모이는, 매우 2차적인 정당처럼 한계가 있다. 지금은 그렇다. 대한민국 정치 체제가 내각제였다면 얼마든지 연합을 할 수 있는데, 현재 한국의 정치 권력구조는 연합이 안 되게 되어있다. 그런 어려움도 있다. 질문자체에 대한 답변이 안 됐을 것 같다.
우리는 중도 개혁적인 정당이 맞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출발한 게 아니라 호남에서 반 민주당에 대한 정서로 출발한 것이다. 현실은 그렇다. 호남에서 전략적 선택을 한 거다. 국민의당이 받은 정당투표 지지율 26.74% 중 대부분이 호남표다. 정당투표에서 호남의 출야 인사들 표가 상당부분 거기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그렇기 때문에 호남 민심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사람들이 중도 개혁정서냐? 또 아니라는 거다.
국민의당 뽑은 모든 사람들이 중도개혁적이면 좋은데 꼭 이념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 생기니까 (지지층이) 싹 철수해서 나가버린 것도 있고. 고민이 있는 거다. 이를 극복하려면 다당제구조가 설 수 있는 정치 체제가 있어야하고 발전할 수 있다. 우리가 계속 개헌을 얘기를 한다. 선거구제도 거기에 맞춰서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서 여러 당이 같이 다당제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면서 서로 협치가 될 수 있는 구조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러면 대통령 중심제 보다는 내치정도는 국회의 힘이 작용해야하지 않겠나. 대통령은 직선으로,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다당제가 되면 국민의당의 색깔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얼마든지 그런 여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이 전당대회를 계기로 상당히 시끄럽고 충돌하고 있다. 이걸 잘 넘길 수 있으면 국민의당이 좀 길게 갈 수 있고 이걸 제대로 극복 못하고 승화 못 시키면 국민의당의 미래는 굉장히 어둡다.
김소현 기자 k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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