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고수익' 투자 엄두 못내
[ 김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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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뤄진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사진) 인수전에 대한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이번 거래는 외국계 투자회사가 대거 참여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단독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국내 운용사는 한 곳도 없었다.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 약정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투자자는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안젤로고든을 비롯해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 싱가포르 부동산 회사 애스콧 등 모두 외국계였다.
매각 측은 초기부터 연면적 3.3㎡당 3000만원의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외국계 투자자가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고급 호텔과 상업시설로 재개발할 경우 큰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건물은 국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명동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거액의 건설비가 들어가고 호텔업의 부침이 크다는 점은 위험(리스크) 요인이다. 수익성이 높은 만큼 손실 위험도 큰 ‘기회추구형(opportunistic) 투자’로 분류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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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같이 난도는 높지만 그만큼 수익률도 높은 기회추구형 투자를 한국 투자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전략은 투자 위험도와 기대수익률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미 지어진 도심 핵심 지역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코어 전략’, 기존 건물을 개·보수하는 ‘가치 증대형(value-add) 전략’, 그리고 건물을 아예 허물고 재개발하는 ‘기회추구형 전략’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손실 위험은 작지만 그만큼 수익률도 낮은 코어 전략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관이 어려운 빌딩 투자를 꺼리는 첫 번째 이유는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핵심 운용역의 임기가 2~3년으로 짧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비 때문에 수년간 손실이 불가피한데 이 기간을 감내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단 한 건의 투자 손실도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공제회 대체투자 담당자는 “건별로 손실을 보면 운용역이 감사원 등으로부터 감사에 시달려야 한다”고 털어놨다.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투자를 바라보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탓이다.
한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여러 화기를 보유한 상대(외국계)를 국내 기관은 권총만으로 상대하는 격”이라며 “이대로라면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막대한 투자 차익을 거두는 것을 국내 투자자들은 지켜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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