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사냥꾼의 고기는 썩지 않는다
“갓 볶은 투구벌레 애벌레 한 마리를 손으로 집어 이빨 사이에 넣고는 뜨거워서 조심해가며 살며시 깨물었다. 톡 터지는 듯한 느낌에 이어 끊어진 몸통 절반이 입안으로 들어왔다.(중략) 벌레의 악취 같은 건 전혀 없었으며, 고소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에 경탄했다.”
고이즈미 다케오 일본 도쿄농업대 명예교수가 쓴 《사냥꾼의 고기는 썩지 않는다》는 차도 못 들어가는 깊은 산속에서 겪은 적나라한 야생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후쿠시마의 양조장 집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맛을 민감하게 식별했다는 저자는 학술조사를 겸해 지구 곳곳을 여행하며 세계의 다양한 식문화에 도전하는 음식 탐험가이기도 하다.
그는 어느 날 야미조(八溝)산에서 혼자 사는 사냥꾼 친구 ‘욧샹’이 보낸 땅두릅나물을 받는다. 나물의 짙은 향기에 이끌려 무작정 욧샹을 찾아간다. 저자는 욧샹을 만나 깊은 산속에서 진짜배기 야생생활을 체험한다. 온갖 곤충을 잡아 다양하게 요리해 먹고 물뱀에 물리기도 하며 멧돼지를 사냥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저자는 이런 생활을 통해 자연을 벗삼는 풍성한 삶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야인의 삶이 거칠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욧샹은 호탕하게 멧돼지를 사냥해놓고도 “내 목숨도 하나, 선생님의 목숨도 하나, 멧돼지의 생명도 하나”라는 말로 멧돼지의 죽음을 애도함으로써 생명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는다. 에세이 형식으로 쓰인 책에는 음식 문화사, 곤충학, 미식 탐험, 일본의 맛, 일본 문화 등이 세세하게 소개돼 읽는 재미를 더한다. (박현석 옮김, 사과나무, 300쪽, 1만4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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