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박양의 죄명이 살인방조에서 살인으로 변경되면서 검찰의 구형을 앞두고 '8세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열린 재판에서 이번 사건의 공범인 박양의 공소장을 변경해 달라는 검찰 측 신청을 허가했다.
이날 검찰이 새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박 양은 주범인 김 양에게 ‘힘이 약한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를 노려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에도 피해자가 아직 살아있는지 확인을 하며 ‘손가락이 예쁘냐’고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모습을 확인했다. 박 양이 범행 전부터 김 양이 사는 아파트 주변 CCTV 위치를 확인하고 범행 당시 복장도 선글라스와 옷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공모했다는 정황도 밝혀졌다.
공소장 변경에 따라 재판부가 한 차례 심리를 더 진행해야 해 예정됐던 검찰의 구형은 29일로 미뤄졌다.
검찰은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17세 주범 김 양의 범행을 박 양이 사실상 함께 공모하며 구체적인 지시를 통해 도운 것으로 봤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도 박 양측은 기존의 ‘역할극’ 주장을 고수했다. 박 양이 했던 지시는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하는 역할극의 일종으로 실제 상황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날 검찰은 “두 사람이 역할극을 할 때는 존칭을 썼지만, 범행 당시에는 서로 반말을 썼다”며 박 양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공소장이 바뀌면서 검찰은 박 양에 대한 전자발찌부착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박 양과 달리 주범인 김 양은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했다. 특히 김 양이 박 양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재판이 박 양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양의 경우 12월 생일을 지나면 소년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면서 김 양보다 많은 형량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양은 “박 양의 지시로 살인을 저질렀지만, 계획된 범죄가 아닌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고의성은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지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손에 쥔 손수건을 꼭 움켜쥐고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피의자들이 알길 바란다.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그 당시 어떤 아이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 가해자가 자신의 죄에 맞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마음껏 자라날 수 있도록 엄벌에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결심공판에서는 둘이 같은 법정에서 서서 공동으로 의견진술을 하게 된다.
인천=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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