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건설 영구중단 땐 소송 리스크 더 커질 듯
[ 김주완 기자 ] 소송당한 공기업의 피소액이 급격히 늘고 있다. 택지 개발, 원전 건설 등 정부 대신 추진한 정책 사업들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최근 원전 중단 논의 등 예정된 정부 사업이 불투명해지면서 공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35개 공기업에 따르면 공기업들이 피고인 소송의 소송가액은 3조5159억원(3월 말 기준)에 달했다. 1년 전의 3조2200억원에 비해 2959억원 늘어난 규모다. 소송 건수로 따지면 2233건이다. 해당 공기업들이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자체 판단하고 준비한 지출금(소송충당금)은 4285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최종 패소해 추가로 물게 될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더하면 5000억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피소금액이 증가한 것은 공기업이 맡은 정부 사업에 법적 문제가 생긴 탓이 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택지 개발, 공공주택 건설 등 정부 주거복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1조5789억원 상당의 소송(832건)을 당했다. LH가 국민임대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해당 부지 매입가 평가 이견으로 피소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의 원전 건설 사업으로 피소된 소송금액만 2046억원에 달한다. 신한울 1·2호기 건설 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되면서 건설 비용이 증가해 해당 건설을 맡은 현대건설, SK건설, GS건설이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댐 건설로 인근 주민들과 109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다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사유지에 송전탑을 세우는 과정에서 잇따라 부당이득금 소송을 당했다.
통상임금 소송도 큰 부담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 2만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며 제기한 소송이 계류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도 8건(소송가액 1043억원)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중부발전(1043억원), 남부발전(259억원), 동서발전(103억원) 등도 법정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다투고 있다.
정부의 정책 강공이 이어지고 있어 공기업의 소송 리스크는 더 커질 전망이다. 탈원전을 앞세워 정부가 지난달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발표하자 해당 원전을 건설 중인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SK건설은 한수원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원전 중단에 대한 피해 보상, 매몰 비용만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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