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조타운엔 녹음 속기사 사무실만 60여곳

입력 2017-08-11 20:30  

합법 뒤에 숨은 통화 녹음

녹음 관련 산업 호황
10분 미만 통화, 속기록 작성에 10만원
삭제된 녹음파일 복구 업체도 의뢰 꾸준
통화녹음 안되는 아이폰은 외장장치 인기



[ 성수영 기자 ]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은 ‘속기사의 메카’로 불린다. 법원 인근에 있는 속기사 사무실만 60여 곳에 달한다. 속기사는 변호사 등의 의뢰를 받아 녹음 파일을 법정에 제출할 수 있는 속기록으로 만들어 준다. 이혼 재판이 벌어지는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인근에도 속기사 사무실이 30곳 넘게 몰려 있다. 일반적으로 이혼 재판에서는 상대방의 외도 정황 등을 담은 속기록이 가장 중요한 증거로 작용한다. 서초동의 A속기사무소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작년 말 이후 속기록 제작 의뢰가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급하는 속기사 자격증 응시자 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1년 4726명에서 해마다 늘어 작년에는 1만678명에 달했다. 녹취록 작성 요금은 주로 녹음 파일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 강남의 B속기사무소는 10분 미만의 통화 녹음은 10만원, 10~30분은 20만원으로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음질이 좋지 않거나 대화에 여러 명이 참여하면 추가 요금을 받는다. B속기사무소 관계자는 “목소리가 섞이면 그만큼 녹취록을 작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녹음 과정 전반을 맞춤 관리해주는 ‘녹취 전문 사무소’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녹취록 작성은 물론이고 삭제된 녹취 파일을 전문적으로 복구해주는 등 ‘원스톱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녹음 파일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녹취 요령도 알려준다. “예, 아니요 식의 단순 답변보다는 상대가 구체적인 설명을 하도록 유도하라” “가해자는 주로 말을 빠르게 하기 때문에 반드시 말을 느리게 해달라고 부탁하라” 등이다.

삭제된 녹음파일을 복구해주는 ‘데이터 복구(디지털 포렌식)’ 업체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휴대폰 통화 녹취가 법정에서 광범위하게 증거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서울 용산역 인근의 휴대폰 수리업체에서는 20만~25만원을 받고 삭제된 녹음 파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록 등을 복구해 준다. 신도림역 인근의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복구 의뢰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 녹음 기능이 없는 애플 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외장 녹음 장치’도 인기다. 가격은 3만~10만원대로 제조사에 따라 기능과 모양이 다르다. 용산에서 녹음 외장 장치를 판매하는 김준우 씨(36)는 “따로 장치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도 많은 고객이 구입하고 있다”며 “그만큼 통화 중 녹음 수요가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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