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향기] "민어는 비늘 빼고 다 먹어…숙성시킨 다시마 육수에 소금으로 간만 맞추면 여름 최고의 보양식이죠"

입력 2017-08-13 14:59  

대한민국 호텔셰프 열전

(2) 천덕상 롯데호텔 무궁화 조리장과 민어탕

오바마 전 대통령 등 귀빈 내한 때 공식만찬 요리
"내달 개장 미얀마 롯데호텔서 한식 조리법 전수"



[ 이수빈 기자 ]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남 서산 해미읍성을 방문했을 때였다. 천덕상 롯데호텔 무궁화 조리장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교황의 점심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서산으로 갔다. 평소 검소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도 “화려하고 값비싼 음식은 원하지 않는다”며 “소박한 음식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렇다 한들 교황 만찬상에 맛없는 요리를 낼 수는 없는 터였다.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과거 서산에 유배 온 신부들이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낙지를 자주 먹었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낙지는 서산 특산물이기도 하다. 천 조리장은 낙지로 죽을 쑤겠다고 했다. 바지락조개로 육수를 낸 뒤 데친 낙지를 참기름에 살짝 볶아 육수를 넣고 죽을 쒔다. 죽을 맛본 프란치스코 교황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말 맛있다. 낙지죽을 만든 요리사가 누구냐”고 물었다. 천 조리장이 곁으로 가자 그는 “고맙다”며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천 조리장은 1989년부터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에서 요리하고 있는 한식 셰프다. 2009년부터는 무궁화를 총괄하고 있다. 국빈만찬 셰프로도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가 방한했을 때 공식만찬을 준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국에 온 2009년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는 LA식 갈비와 한국식 갈비를 모두 준비해 한 접시씩 올렸다. 그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식 갈비가 참 맛있다’며 두 접시를 더 청했다”며 “숯불에 갓 구운 갈비가 얼마나 맛있는지 외국인들도 잘 안다”고 했다.

2010년 무궁화를 개편하면서는 ‘모던한식’이라는 콘셉트를 처음으로 알리기도 했다. 그는 “개
편 준비를 하기 위해 전국 팔도와 세계 유명 레스토랑을 다니면서 연구했다”며 “한식이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일식이나 양식만큼 고급 대접을 못 받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파인 다이닝을 한식에 접목한 모던한식을 생각해냈다. 천 조리장은 “프랑스 코스요리를 한식에 접목한 모던한식으로 메뉴를 개편했다”며 “무궁화 개편을 기점으로 새로운 한식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무궁화를 자주 찾는 고객 중 한 명이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다. 천 조리장은 “신 회장은 예전부터 음식을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드셨다”며 “요즘에도 웬만한 사람보다 음식을 잘 드신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김치가 시원한 맛으로 유명한 데도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신 회장은 시원하고 청량한 맛을 좋아한다”며 “열무김치 양념에 무를 갈아 넣는 등 일반 식당과 김치를 다르게 담근다”고 말했다.


수백 가지 한식 요리 중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민어탕이다. 천 조리장은 “동해 대포항이 고향이라 어릴 때부터 생선에 익숙하다”며 “하숙집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제철 생선으로 찌개며 반찬을 요리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자랐다”고 말했다. 그는 “민어는 비늘 빼고 다 먹을 수 있는 생선”이라며 “여름에 이만한 보양식이 없다”고 했다. 무궁화 민어탕은 다시마 육수를 숙성해 깊은 맛을 배가하고 양념장도 따로 숙성해 함께 끓여 제맛을 낸다. 민어에는 미리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춰야 국물과 겉돌지 않는다. 여름철에만 한정 판매한다.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게 천 조리장의 목표다. 롯데호텔 해외 지점에 무궁화를 개점해 한식 문화를 알리고 해외 한식 조리사를 양성하겠는 것. 오는 9월 여는 미얀마 롯데호텔에도 무궁화가 들어간다. 천 조리장은 “실력 있는 한국 셰프들을 미얀마로 보냈고, 현지 셰프도 고용해 한식 조리법을 전수하고 있다”며 “앞으로 롯데호텔이 해외에 지점을 더 열면 한식당도 진출해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셰프가 알려주는 갈비구이 레시피

·재료(5~6인분 기준)
갈비 2㎏, 설탕 15g, 새송이버섯 200g, 양파 90g, 방울토마토 2개, 파 20g, 아스파라거스 2개, 배 20g, 후추 약간, 참기름 25mL

·갈비 양념장
정종 15mL, 간장 200mL, 마늘 5g, 물 800mL, 깨 2g, 물엿 540g

천덕상 롯데호텔 무궁화 조리장이 집에서도 호텔 갈비구이를 맛볼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신선하고 등급 높은 갈비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잘 숙성한 양념장이 더해지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맛이 난다”고 말했다.

무궁화 갈비구이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냄비에 물 200mL를 부은 뒤 물엿과 간장, 설탕을 분량대로 넣고 물엿이 녹을 정도로만 끓여준다. 양파와 파, 배는 물 600mL를 나눠 부어가며 믹서기에 갈아 준비한다. 냄비에 끓인 간장이 식으면 양파 등을 갈아놓은 퓌레를 넣는다.

여기에 마늘, 정종, 깨, 후추, 참기름을 넣고 12시간 숙성하면 완성된다. 호텔에서는 끓인 간장을 빨리 식히기 위해 얼음을 넣는다. 얼음이 들어가는 양만큼 물은 줄인다.

숙성된 양념에 구이용으로 손질한 갈비를 고기 두께에 따라 8~12시간 재워둔다. 재운 갈비는 숯불에 노릇하게 구워 내면 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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