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작업 본격화…2년내 통합 마무리 계획
대우조선 사태로 신뢰 위기…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승부수'
[ 김태호/이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13일 오후 3시50분
국내 2위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이 ‘안진’이라는 이름을 떼고 ‘딜로이트아시아’로 통합된다. 딜로이트 글로벌 본사가 아시아 각국 회원사(멤버펌·member firm)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는데 딜로이트안진도 참여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딜로이트아시아로 합쳐지면 국내 기업에 대한 글로벌 서비스가 강화되고 임직원 처우도 개선되는 등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홍역을 앓아온 딜로이트안진에 새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서비스 강화 위한 체제 전환
1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 글로벌 본사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인도,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의 8개 회원사를 딜로이트아시아라는 이름으로 통합하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딜로이트아시아는 뉴욕에 본부를 둔 딜로이트 본사의 자회사가 된다. 딜로이트안진을 비롯한 각국 회원사도 이 같은 통합체제 구축에 동의했으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전환 작업에 들어간다. 앞으로 2년 안에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딜로이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KPMG, 언스트앤영(EY) 등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은 ‘멤버십’ 혹은 ‘원펌(one firm)’ 형태로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해 있다. 멤버십은 현지 회계법인과 제휴하는 방식이고, 원펌은 자회사 형태로 글로벌 본사가 통합 관리하는 체제다. 국내에서는 딜로이트안진,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등이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삼성,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국경을 초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5년 전부터 통합 작업을 해왔다. 북유럽과 서유럽을 하나로 묶은 딜로이트NWE(North West Europe), 동남아시아 지역의 통합 회사인 딜로이트SEA(South East Asia)를 이미 출범시켰다.
딜로이트아시아를 설립하려면 각 지역 회원사의 지분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딜로이트안진은 142명의 파트너가 적게는 0.01%에서 많게는 3.60%가량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딜로이트아시아 통합시 지분율은 지역별 매출비중, 파트너 실적 등을 고려해 재산정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호주의 매출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통합 딜로이트아시아의 총괄 본부도 이 국가들 가운데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딜로이트안진, 위기 극복 돌파구 될까
딜로이트아시아로의 통합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딜로이트안진에 일종의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회계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의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국내 기업에 해외 진출, 다국적 기업과의 제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감사 부문도 신뢰를 되찾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수합병(M&A) 자문 및 실사를 담당하는 재무자문본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원펌 체제를 구축하면 각국에 흩어져 있는 기업 및 시장 정보를 활용해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딜로이트안진은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임직원에게 ‘우리는 글로벌 딜로이트의 일원’임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임직원 처우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매출비중이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적어 파트너들의 지분율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배당액은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는 회계법인이 많지만 해외에서는 원펌 체제가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며 “기업들의 글로벌화에 회계법인도 발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호/이지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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