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5·18을 소시민의 외부 시선으로 그린 게 주효"

입력 2017-08-13 17:21   수정 2017-08-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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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000만 카운트다운

송강호 찰진 연기에 관객 공감
가족 단위·젊은 세대 많이 찾아
자동차 추격전, 결 달라 넣을지 고민



[ 유재혁 기자 ] ‘택시운전사’가 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다. 개봉 12일 만인 13일 관객 수 8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흥행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조만간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영화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독일 기자와 서울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그렸다. 영화를 연출한 장훈 감독(42·사진)을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여준 게 관객의 눈높이와 맞아떨어진 듯싶습니다. ‘화려한 휴가’ 등 이전 영화들은 피해자인 광주 시민, 즉 내부인이 주인공이었죠. 이 영화에선 관객들이 보통 국민을 대변하는 서울 택시운전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공감 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시민 택시운전사 역을 맡은 송강호 씨가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장 감독은 “보통사람(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송강호 씨가 소시민을 전형적이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학살 현장은 훨씬 참혹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순화했습니다. 열흘간의 폭력사건 중 이틀만 보여주고 충격적인 실상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끔찍한 현장의 정서와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장 감독은 이것이 가족 관객을 끌어들인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사의 비극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장, 어르신을 모시고 온 성인남녀가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가장 놀란 부분은 많은 젊은 관객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일부 관객은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장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할 때 실화를 재구성하는 데 힘쓰는 한편 후반부에서 택시들이 계엄군 차량을 가로막는 자동차 추격전을 넣어 극적 재미도 배가시켰다. “다른 부분과 결이 달라 이 장면을 넣어야 할지 고민이 컸어요. 하지만 당시 광주 택시운전사들이 부상자를 실어나르다가 계엄군에 희생을 치른 사례가 많던 것을 이런 식으로라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장 감독은 2003년 서울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연출부 막내로 충무로에 입성했다.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했고, 2010년 ‘의형제’(541만명) 로 흥행감독 반열에 올랐다.

“영화란 개인의 예술이라기보다 관객이 보는 것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대중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은 자신의 인생 경험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영화를 봅니다. 이 때문에 같은 영화라도 관객은 저마다 다른 영화를 보게 됩니다. 관객의 삶과 만나 영화가 완성된다고 생각하고 작업한다면 관객과 소통하기가 훨씬 쉬울 겁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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