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가 힙합을 만났다"

입력 2017-08-13 17:46   수정 2017-08-14 09:53



(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의약품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한다고?”

얼핏 상상이 안되지만, 이 어려운 걸 해내는 회사가 있습니다. 120년 전통의 활명수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시도하는 동화약품입니다. 콜라보레이션은 공동작업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화장품 등 유통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죠. 이와 반대로 의약품은 시대에 동 떨어지다 못해 과거로 회귀하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소비자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겉포장을 잘 바꾸지 않고 광고 모델도 자주 교체하지 않는데요. 보령제약은 용각산의 은색 용기를 50년째 고수하고 있고 한독은 케토톱 모델이었던 고두심을 2년 만에 다시 기용했을 정도입니다.

이런 제약업계에서 동화제약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래퍼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최고 힙합 경연 프로그램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힙합 레이블 AOMG의 수장이자 ‘쇼미더머니6’의 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박재범과 음원을 제작하고 뮤직비디오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박재범 프로듀싱의 힙합곡 ‘Reborn’의 티징 음원을 동화약품 유투브(www.youtube.co.kr/dongwhakr1897),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선공개하고 이달 말에는 ‘Reborn’ 뮤직비디오 풀 버전을 공개한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여성 래퍼들이 경연하는 ‘언프리티랩스타3’에서 프로듀서 도끼와 자이언트핑크가 협업한 ‘미인’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는데요. ‘미인’이 되고 싶은 젊은 여성들을 공략한데 이어 올해는 힙합퍼들까지 활명수를 찾게 만들겠다는 의도 같습니다.

동화약품은 활명수의 120년 전통과 ‘부채꼴’ 상표를 부각시켰던 과거 마케팅 전략에서 완전히 탈피했습니다. 작년 인기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패키지 디자인을 차용한 ‘활명수 119주년 기념판’은 출시되자마자 품절 대란을 빚었습니다. 약병에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넣었을 뿐인데 젊은이들은 신기하다며 약국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체하거나 과식했을 때나 찾던 소화제를 ‘소장용’으로 구입하게 만들었으니 마케팅의 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는 ‘쇼미더머니6’ 프로그램과 협업한 활명수 120주년 기념판이 특별 제작된다고 합니다. 의약품이다보니 많이 생산하지는 못하고 ‘스페셜 에디션’이나 ‘한정판’이라는 수식어를 쓰지 못해 ‘기념판’이라고 부릅다고 합니다. 올해는 쇼미더머니 콜라보레이션이 젊은 남자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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