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뒤늦은 진화에도 비난
[ 추가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충돌 사태를 놓고 백인우월주의 폭력으로 규정하길 꺼려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백악관과 주요 인사들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인종차별을 묵인한 그의 태도는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과 편견, 증오를 비난했다”며 “백인우월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 신(新)나치주의자, 그리고 극단주의 단체 모두가 비난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책임이 백인우월주의자에게 있다고 지목하지 않고 백인우월주의 시위대에 맞선 반대편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태도를 취하면서 비난이 거세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주요 인사들도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사태를 ‘국내 테러’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 신나치가 설 땅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소극적 태도가 백인우월주의자를 두둔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그는 편견과 불관용의 악마들이 자신에게 봉사하게 하는 미 역사상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
유혈충돌 사태는 백인우월주의자를 비롯한 극우단체의 대규모 집회와 이에 맞선 항의 시위대 간 충돌로 발생했다. 이번 사태로 3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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