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론을 등에 업고 인신구속 남발해선 안된다

입력 2017-08-14 17:56  

운전기사들에게 폭언을 해 ‘갑질 논란’에 휘말린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어제 기각됐다. 검찰을 통해 법원에 제출하려던 경찰의 구속영장을 검찰에서 “범죄 사실에 대한 규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한 것이다.

최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서울 강남경찰서가 여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 청구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반려했다. 이달 초엔 서울경찰청이 “휴식 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며 오산교통 경영진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 청구도 서울중앙지검이 기각했다. 검-경의 수사권 갈등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경찰이 피의자 인권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영장청구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불법과 탈법 행위는 철저히 가리되, 도주나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없을 땐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구속을 사회적 응징으로 여기는 일부 여론에 경찰 스스로 휩쓸린 결과란 분석도 있다.

검찰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방위산업 비리 등 기획성 수사 이외에도 일반 수사에서도 일단 잡아넣고 보자는 식이 적지 않다.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시행된 이후 구속자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구속영장 청구율이 여전히 높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이 20%대에 육박한다.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은 헌법과 형법의 대원칙이다. 피의자와 피고인은 확정 판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되는 만큼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받아야 한다. 사법집행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더 많이 받으려면 “일단 구속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수사편의주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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