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제시하는 북핵 진단·해법

입력 2017-08-14 18:27  

[ 이미아 기자 ] 북한 핵·미사일 도발이 전 세계적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북핵 문제와 관련한 상황 인식과 해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긴급 진단에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와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조정실 정책조정관, 이명박 정부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의 의견을 각각 들어봤다. 두 사람은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여부와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 현안을 두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北, 사실상 핵 보유국…한국, 전술핵 재반입해야"
핵 없이는 북한에 끌려다닐 수밖에…미국·중국에 우리도 핵개발 공론화해야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또 이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 무기를 재반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북한은 핵실험을 다섯 번이나 하고, 이미 60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실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라며 “이런 극심한 안보 위협을 바로 머리 위에 둔 채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른바 ‘눈 가리고 아웅’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우리 정부에서도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왔고, 핵탄두가 미사일에 탑재될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소형화에 근접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태 아니냐”며 “북한 김정은 정권에서 하는 말을 허투루 들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가 제시한 첫 번째 방안은 전술핵 재배치다. 그는 “1991년 미국이 반출했던 전술핵 무기를 재반입해야 한다”며 “만일 그래도 북한의 위협이 가속화된다면 한국 역시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미국과 중국에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958년부터 한국에 핵탄두 탑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전술핵 무기 950여 기를 배치했다. 그 후 1991년 9월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감축 방안을 발표한 뒤 한반도에 배치한 전술핵 무기를 전량 철수했다.

남 교수는 “우린 핵이 없는 한 영원히 북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핵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 핵 사용 목적과 개발 과정 투명성 등을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 과감하게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 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배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이 같은 상황을 즐기도록 해선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또는 미국의 선제공격론에 대해선 “해상에선 가능한 시나리오일지 모르나 육상에선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괌 근해 40㎞ 지점에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도 동해 40㎞에 미사일을 발사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해상에서 선제공격 시나리오가 그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육상 선제공격은 너무나 많은 희생이 요구되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 모두 이에 대해선 쉽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현재는 한·미 동맹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조기에 완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선 우리가 주체적으로 ‘운전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이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협상은 불가피하겠지만, 외교적 노력이 김정은의 폭주를 막지는 못할 것임을 항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

"긴장국면 최소 몇주 더 갈듯…정교한 외교 필요"
북한에 핵보유국 인정 빌미 줘선 안돼…한미동맹 등 다자회담 틀 이용해야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며, 매우 어렵고도 위험한 국면이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는데 이는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위 전 대사는 “북한과 미국 간 불신과 오해가 극에 달해 있으며, 자칫 이 때문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까 우려된다”며 “한반도 주변의 긴장 국면은 아무리 짧아도 수주일 동안 이어질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잦아들지 두고 봐야 한다”고 예단을 자제했다.

그는 “‘핵 보유국’이란 단어의 정의가 국내에서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이 단어를 국내외에서 아주 조심해서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선 ‘뉴클리어 웨폰스 스테이트(nuclear weapons state)’란 표현을 쓰는데, 이것이 국내에선 ‘핵 무장국’ 혹은 ‘핵 보유국’으로 혼용돼 쓰인다는 것이다. 위 전 대사는 “NPT 체제상 핵을 공식적으로 가질 수 있는 나라, 즉 ‘뉴클리어 웨폰스 스테이트’의 자격을 가진 국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국 5개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밖에 없다”며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은 그저 묵인됐을 뿐 공식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받은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과 협상을 하는 최종 목표는 북핵 폐기인데,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 쪽에서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빌미를 조금이라도 보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 전 대사가 방점을 찍은 부분은 외교적 해결이다. 그는 “넓게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놓는 강압적 수사어 역시 외교의 일부”라며 “아직 세부적인 사항을 이야기하긴 이르지만, 한국으로선 매우 정교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한국은 어찌 보면 아무 역할이 없어 보일 수 있고, 어찌 보면 주도권을 잡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은 한국이 분단 당사국이고,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때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나라라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 같은 입지를 다른 나라들에 지속적으로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한·미 동맹을 비롯한 각종 동맹 우호 관계와 다자회담 틀을 이용하자는 게 위 전 대사의 주장이다.

위 전 대사는 아울러 “한국에선 지나치게 외교와 안보에 대해 이념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외교와 안보는 당파의 논리를 넘어서서 단결해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서로 이념 갈등에만 빠지면, 외교 안보 관련 의견 교환이 금세 내부 싸움으로 번져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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