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새로운 장르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종류의 소리를 접하며 더 좋은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소리꾼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인 거죠.”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국립창극단 소속 소리꾼 이소연(33·사진)은 뮤지컬 무대 출연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아리랑’에서 옥비 역을 맡은 데 이어 오는 30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하는 ‘서편제’에 주인공 송화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두 작품에서 모두 극중 소리꾼 역할로 나오지만 판소리와는 결이 전혀 다른 뮤지컬 창법으로도 노래를 불러야 한다.
“판소리와 뮤지컬 넘버(삽입곡) 둘 다 ‘소리’라는 점은 매한가지입니다. 소리꾼이 새소리, 바람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연습하는 것처럼 뮤지컬 음악을 접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죠. 다양한 소리를 연습하고 표현해보면서 연륜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열한 살 때 소리를 배운 이소연은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등에서 활동하다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2014년 초연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주인공 옹녀 역을 찰지게 소화하며 공연계의 주목을 받았다. 뮤지컬에는 2015년 초연한 ‘아리랑’에 조연급인 옥비 역으로 처음 출연했고, 이번 재연 무대에서도 같은 역을 연기했다. 대형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서편제’가 처음이다.
이소연은 “송화 역을 처음 제의받았을 때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섰지만 무척 기뻤다”며 “소리꾼의 삶과 배우로서의 역량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이어서 마음에 꼭 들었다”고 했다. 2010년 초연된 ‘서편제’가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소연은 초연 때부터 송화 역을 계속 맡아온 소리꾼 이자람, 뮤지컬 배우 차지연과 함께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14·22·29일, 10월4·7일 공연에 총 5회 출연한다.
그는 “두 배우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게 기대도 되지만 부담이 더 크다”며 “소리꾼으로서 저만이 지닌 강점을 살려 특별한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판소리에 담긴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낯설게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판소리를 좀 더 많은 사람이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뮤지컬 출연도 이런 맥락에서 하는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장르에도 출연해 보고 싶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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