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만은 막겠다
대화·제재 함께 가는 '평화적 해결' 강조
북핵 해결은 핵 동결부터…도발 중단해야
이산가족 상봉·평창올림픽 참가 다시 제안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위기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타개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전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을 주도적으로 차단하고, 외교적 노력을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것이 경축사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로 분석된다.
◆“한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 없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며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고 정의이며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한다는 ‘운전자론’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며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며 “북핵 문제의 역사는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해결의 단초가 열렸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北에 대화 촉구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즉시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외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밝힌 ‘베를린 구상’에서 ‘추가 도발 중단→핵 동결→대화→핵 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포괄적 비핵화 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더 강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되,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경우 북한의 체제 보장은 물론 남북 간 경제 교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기존 남북합의의 상호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이산가족 상봉과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것을 다시 제안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애국지사와 일본군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정당 대표 등과 악수한 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끌어안으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이 독립유공자 일부를 직접 거론하고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확대하겠다는 경축사 중간중간 박수가 터져나왔다. 연설 도중 39차례의 박수가 나오면서 경축사는 예정된 20분을 넘겨 30분이 걸렸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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