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 16일 오전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공식 자료에는 네이버가 기존의 재벌의 세습경영과는 구조와 경영방식이 다르다는 입장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장은 지난 14일 회사 임원진과 함께 공정위 기업집단과를 찾아 담당 과장 등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의 지분을 4.6% 보유하고 있지만, 70여개의 자회사들이 각자 경영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장의 이러한 행보는 다음달 1일 첫 발표 예정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매년 자산 5조원 이상의 준(準) 대기업을 뽑아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규제를 하는 제도다.
네이버는 자산이 5조원에 미치지 않지만, 영향력을 감안해 지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측은 '환담'만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기업은 포스코와 KT, KT&G 등이다. 공기업으로 시작했거나 원래 오너가 없었던 기업들이다. 창업주가 엄연히 있고 지분까지 보유한 네이버와는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의 역할도 딜레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3월 네이버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국내 사업 현안은 모두 변대규 현 의장과 한성숙 대표이사에 맡겼다. 그럼에도 직접 이 전 의장이 공정위에 나선 것 자체가 의문스럽다는 시선들이 있다.
이 전 의장은 해외에서 네이버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기술 회사에 투자하고 AI(인공지능) 연구소를 인수하고 스타트업 양성까지 그가 직접 챙기고 있다.
그의 의사결정으로 집행되는 투자규모만도 상당하다. 지난해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장관의 코렐리아 캐피탈에 라인과 각각 5000만 유로씩, 총 1억 유로를 출자했다. 프랑스의 하이엔드 음향기술 기업 드비알레에도 투자했다. 스타트업 지원공간 '스페이스 그린'을 구축하는 비용과 제로스리서치센터유럽 인수 등의 성과도 그의 손을 거쳤다.
네이버측은 공식입장에 회사의 입장 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잣대로 보기에는 회사의 구조가 다르다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검색하는 포털기업에서 시작한 네이버는 이제는 뉴스, 쇼핑, 여가 등을 아우르는 '국민기업'이 됐다. 최근에는 금융사업까지 외연을 확대할 계획을 준비중이다.
이러한 성과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100대 혁신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에서 올해 9위를 기록해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4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네이버가 어떤 발표로 책임있는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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