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들의 의지·판단 개입땐 객관성 잃고 부정부패 못막아
투명한 절차 의한 시스템 구축
장기적 경영 안정성 유지 방법
박준영 < ITS인증원장 >
도입 여부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016년 9월28일부터 시행됐다. 주무부서인 국가권익위원회는 시행일 후 첫 6개월간의 성과를 검토하면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그동안 공직사회에서 관행으로 여겨지던 청탁이나 접대·금품수수 행위가 적발·제재되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최근 평가했다. 일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지난해 4분기 접대비가 2015년 대비 28% 감소했는데도 매출은 2.3% 증가하고 영업이익률은 48%나 급증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골프장, 요식업 등에 부과하는 개별소득세가 처음 감소했고 고품종 유기농 농수산물, 화훼농가 및 고급 음식점 등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측면이 부각되면서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일고 있다. 특히 이 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금품 기준인 밥값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비 10만원의 한도 상향 조정 여부를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일부 산업부문의 경제적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국가 차원의 반부패 경영 노력은 한국만이 예외적으로 엄격한 것은 아니다. 반부패 경영은 세계적인 강행 규제로 점점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199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뇌물방지협약이 체결됐고, 2003년에는 유엔 총회에서 반부패협약이 채택됐다. 이 밖에도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상공회의소(ICC)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부패방지라운드’ 추진을 통해 반부패를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하고, 이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각국은 관련 법률 제정을 시작했다. 미국은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77년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제정해 통일된 윤리준법프로그램을 구축, 정부 및 산하기관, 기업, 각급학교, 단체 등에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2011년 뇌물방지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상당히 강력한 법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법에는 내부 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충분한 예방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까지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양벌 규정이 포함돼 있다. 기업이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행위 기준 가이드라인으로 ‘BS10500’을 제시하고 있다.
ISO ‘국제 부패방지 시스템’ 표준 마련
작년 10월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영국의 ‘BS10500’을 토대로 ‘국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표준인 ‘ISO37001’을 마련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기업, 공공기관 등의 반부패 활동을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중요시되고 있는 반부패 활동에 대해 관심과 실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도 기업들이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부패 및 뇌물 방지에 관한 정부 방침을 충실히 따르기를 요구하고 있다. 부패인식지수(CPI) 등의 국가별 부패 수준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더 이상 공공부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민간부문, 특히 기업의 부패 수준을 중요한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기업이 반부패 경영 시스템 체계를 갖추고 실천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의 재정 건전성이 높아져 경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과도한 접대비 같은 불필요한 비용이나 비공식적인 지출이 줄어들고, 투명성도 강화될 것이다. 우수 인력의 확보와 유지도 쉬워진다. 인력 재고용이나 재교육에 드는 비용이 절감되고 전문성 확보, 작업 능률 향상을 통한 생산성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만족도 향상은 집중력, 창의력 등 조직 인력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건강한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부패 경영은 시장에서 기업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경영 기법이다. 특히 협력사와의 관계를 투명하게 유지함으로써 사업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되고 브랜드 가치가 향상될 수 있다. 고객 충성도 향상을 통한 지속적인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반부패 시스템 필요
유관기업과의 협력 및 자율적 반부패 노력 유도, 자회사나 협력사, 컨소시엄 참여사, 거래 상대방 기업 등과 같은 다른 기업과의 반부패 협력 또한 중요하다. 기업은 경영활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기업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게 되므로 어느 한 기업이 반부패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위해 기업 간 반부패에 대한 공조를 다지고 실천을 위한 공동의 행동이 필요하다. 계약서나 컨소시엄 협약서 등에 청렴 의무를 포함하거나 윤리경영을 위한 워크숍, 결의대회를 여는 등의 활동을 함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과 공공기관들도 오랫동안 구성원에 대한 반부패, 윤리 및 준법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노력은 바람직한 경영의 한 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사람의 의지와 판단에 의한 반부패 경영 노력은 언제나 불안전과 불안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임직원 연수 및 교육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부정부패 관련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더 대담해지고, 고액화됨에 따라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더 이상 사람에 의지한 반부패 경영을 이끌어 나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조직 차원에서 사람의 의지와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을 배제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판단에 의한 경영을 지원하는 반부패 경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반부패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문요원, 내부적으로 심사할 심사원의 역할 및 외부에서 이를 검토하고 인증해주는 기관과의 삼각 협력 체제가 필요하다.
박준영 < ITS인증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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