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대북정책
미국 한반도 밖 군사행동도 한국과 충분히 협의할 것
북한 레드라인은 ICBM에 핵탄두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
임계치에 점점 다가가고 있어
남북대화 조급할 필요 없어
적어도 추가 도발 멈춰야 대화 분위기 조성될 수 있어
[ 손성태/정인설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모든 옵션에 대해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더라도 결국은 국제적인 합의가 중요하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레드라인(금지선) 기준을 처음 명시했다. 미국은 레드라인에 대해 구체적 정의를 내리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어 한·미가 북핵 문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측 군사적 옵션 한국 동의받아야”
문 대통령은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에서 온 국민이 합심해서 나라를 일으켜 세웠는데 그것을 전쟁으로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전쟁은 기필코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공격적인 행위를 할 경우 미국이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면서도 “한반도 바깥이라면 모르되 적어도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만큼은 한국이 결정해야 하고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설령 한반도 바깥에서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고 해도 그것이 남북관계의 긴장을 높일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사전에 한국과도 충분히 협의할 거라고 확신한다”며 “그게 한·미동맹의 정신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8·15경축사 발언 후 미국 군사행동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해석하는 등 일각의 논란을 불식하고, 미국 등 외부 요인에 의한 ‘한반도 위기설’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北, 레드라인 얼마나 근접했나
문 대통령은 “북한이 레드라인 임계치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으로 레드라인 정의를 못박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레드라인’을 정의한 적은 없다. 지난 5월 “나는 레드라인을 긋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행동해야 한다면 행동한다”고 언급한 정도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의 레드라인은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전력 확보’라고 분석한다.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정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레드라인에 근접했느냐를 두고선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리 군당국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하지 못했다고 보지만 미 정보당국은 북한 수준을 완성 단계로 본다. 다만 한·미 당국 모두 북한이 ICBM의 최종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대화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것에 대해서 우리가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화를 하려면 대화 여건이 갖춰져야 하고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추가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북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성태/정인설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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