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 일기
[ 심성미 기자 ] 2005년 5월, 세계적인 과학전문 잡지 네이처에 ‘대전의 장태산’이 등장했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만 사는 줄 알았던 이끼도롱뇽이 장태산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에서만 사는 이끼도롱뇽 신종(新種)이었다. 하지만 이후 2014년까지 장태산 이끼도롱뇽의 번식 과정이나 행동 양태를 관찰한 연구는 전무했다.
한국에서만 사는 이끼도롱뇽에 대한 관찰 기록을 최초로 작성하고 한국양서파충류학회에 그에 대한 논문까지 발표한 이는 1988년부터 대전 중일고에서 생물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문광연 씨다. 그는 자타공인 ‘개구리에 미친 남자’다. 25년간 전국 각지를 돌며 다양한 개구리와 뱀, 도롱뇽을 관찰한 기록을 한데 모아 2년간의 원고 작업 끝에 최근 《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 일기》(지성사)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각 개체의 알과 올챙이, 성체의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했다. “각 개체가 잘살 수 있는 온도와 습도 등 서식지 환경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기록했습니다. 딱딱한 동물도감과는 다르게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가 25년간 양서·파충류를 연구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장태산 이끼도롱뇽 알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을 때다. 처음에는 이끼도롱뇽을 채집해 학교 실험실과 집에서 실험과 관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2014년 9월 큰 화분에 이끼도롱뇽이 살고 있는 곳의 흙을 채워 장태산에 묻었다. 그런 다음 겨울잠을 자러 가기 직전의 도롱뇽 암컷과 수컷 다섯 마리씩을 채집해 넣어 망을 씌웠다. “6개월이 지난 후부터 매주 토요일 장태산에 가서 개미나 딱정벌레를 채집해 먹이로 넣어주고 물을 뿌려주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처럼 망을 여는 순간 아래에 동그란 알 5개가 붙어 있었습니다.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산속에서 춤을 췄다니까요.”
야외에서 파충류를 관찰하는 그의 일상은 역동적이다. “충남 아산과 평택 팽성으로 떠나서 밤 12시 무렵까지 혼자 논과 밭을 떠돌아다닌 끝에 수원청개구리 사진을 찍었을 때도 어찌나 기쁘던지요. 노래를 다 불렀어요.”
학생들 사이에서도 그의 개구리 사랑은 유명하다. “수업 중 가끔 맹꽁이 이야기를 해주니까 학생들이 날 볼 때마다 ‘맹, 꽁’ 하면서 거수경례를 하고 지나가요. 그러면 나도 똑같이 ‘맹, 꽁’ 하고 답을 해주는데 그때마다 항상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여건이 되는 대로 관찰 활동을 꾸준히 하려고 해요. 나중에 ‘양서·파충류 자연 관찰장’을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280쪽, 1만8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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