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용 기자 ] 17일 오전 5시48분께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선로 전환기 고장으로 오전 6시56분까지 열차 운행이 50분가량 지연됐다. 선로 전환기는 열차 방향을 조정하는 신호 장치다.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배차 간격이 벌어졌고 출근길 시민들 발이 묶였다.
직장인 김도영 씨(28)는 “지난달에도 퇴근길에 2호선을 탔다가 신호기 고장으로 운행이 멈춰 10분 넘게 열차 안에 갇혀 있었다”며 “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잇따르는 사고를 놓고 종합적인 재발 방지 시스템 없이 해당 부품만 교체하는 등 임시방편적인 대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열차 운행 지연 사고 원인은 다양하다. 지난달 10일 4호선 상계역 인근에서 열차 제동장치 이상으로 운행이 지연됐다. 같은 달 21일에도 1호선 동대문역에선 정전으로 열차가 13분가량 멈췄다. 열차 움직임을 통제하는 신호기 고장도 지연 운행의 주요 원인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기계 설비가 고장나면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열차 운행을 멈춘다”며 “통신·전기·궤도시설 등 지하철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이 고장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사고 원인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교통공사는 17일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집계된 신호기 고장 사고는 단 네 건이라고 밝혔다. 2014년 두 건, 지난해 한 건, 올해 한 건으로 4년 동안 연평균 한 건씩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집계한 올해 신호기 고장 사고는 지난 4월28일 신도림역에서 발생한 한 건이 전부다. 하지만 지난 6월(2호선 강남역)과 2월(2호선 신도림역)에도 신호기 고장이 발생해 열차가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신호기 고장 때문에 열차가 지연됐다’고 발표하더라도 통계는 사고 원인에 따라 따로 분류한다”며 “신호기 고장 통계가 네 건이라는 건 신호기 자체 고장만 집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지나치게 세분화해 종합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설 노후화도 잦은 사고의 원인이다. 1~4호선을 운행하는 전동차 1954량 중 20년 넘게 운행한 차량은 1184량으로 60.6%에 달한다. 기대 수명(사용내구연한) 25년을 초과한 차량도 268량(13.7%)이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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