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관원·인증기관 '검은 유착'
살충제 계란 농장 31곳 중 6곳 농피아 업체가 인증
농관원 출신은 '슈퍼갑'
퇴직후 민간인증업체 재취업…전국 인증물량 70% 싹쓸이
[ 오형주 기자 ]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 중 상당수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들이 운영하는 민간업체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뒤 민간 인증업체에 재취업한 ‘관피아(관료+마피아)’와 농관원 간 유착이 ‘살충제 계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충제 계란 대란 뒤엔 ‘농피아’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을 조사한 결과 이 중 5곳이 농관원 출신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업체로 확인됐다. 대표가 아니라 임직원으로 취업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친환경 인증 업무를 맡고 있는 인증기관 대표와 주요 인사의 절반 이상이 퇴직 관료 출신”이라는 말도 나온다.
농관원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민간업체가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가 검출되기도 했다. 본지 확인 결과 농관원 출신이 운영하는 2개 업체가 인증한 친환경 농장 6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정부의 전수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친환경 농장 31곳 중 20%가량이 이들 ‘관피아 업체’가 인증서를 내준 농장이라는 의미다.
농관원 퇴직자가 설립한 A업체는 전국 친환경 산란계 인증 농장 773곳 중 65곳(8.4%)에 인증서를 내주는 등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이 업체가 인증한 산란계 농장 2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심지어 이 업체가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 전남 함평군의 한 농장에선 극소량이라도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B업체는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 14개 농장 중 4곳에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부실인증 의혹서 자유롭지 못해”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대행하는 민간업체와 관리·감독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유착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인증 관리 업무를 맡던 공무원들이 퇴직 후 관련 민간업체에 재취업하는 관행이 굳어지면서 친환경 농산물 부실인증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4년 경대수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73개 친환경 농산물 인증업체 중 35곳에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 85명이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85명 중 친환경 인증업체들 사이에 ‘슈퍼 갑’으로 불리는 농관원 출신이 무려 63명이었다. 경 의원은 “‘농피아(농식품부·농관원 출신)’가 취업한 친환경 인증업체들이 전국 인증 물량의 70%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렇다 보니 친환경 인증 농산물은 늘 부실 인증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2년에는 농관원 퇴직자가 세운 인증업체가 엉터리 인증심사를 했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업체 임직원이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스스로 친환경 인증을 부여하는 위법 행위 등이 확인된 것이다.
농관원 퇴직자를 주축으로 한 민간업체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은 2014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농관원을 퇴직한 직원 중 일부가 친환경 농산물 인증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문제점을 시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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