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의 '투자 백년대계'… LG화학, 상반기 이익 40%를 R&D 투입

입력 2017-08-18 18:20  

압도적으로 투자 늘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
연구 인력도 5년간 두 배 늘어
글로벌 빅5 도약 '몸 만들기'



[ 김보형 기자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사진)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1조1384억원)의 40%에 가까운 4375억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올해 1조원을 R&D에 투자해 2025년까지 매출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빅5’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매출 21조원을 올린 LG화학의 글로벌 업계 순위는 11위다.

LG화학의 상반기 R&D 투자액은 작년 같은 기간(3260억원)보다 34%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3.4%로 독일 바스프(3.8%)와 미국 다우케미칼(3.3%) 등 글로벌 업체와 비슷하다. 롯데케미칼(445억원, 0.57%)과 한화케미칼(73억원, 2.4%) 등 화학업체는 물론 SK이노베이션(86억원, 0.52%)과 GS칼텍스(256억원 0.19%) 등 정유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LG화학은 박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2012년 12월 이후 R&D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2012년 3865억원이던 투자액은 지난해 6780억원으로 78% 늘었고, 연구인력도 2100여 명에서 작년엔 4600여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박 부회장은 회사가 국제 유가와 시황 등 외부 변수에 실적이 좌우되는 나프타와 에틸렌 등 전통적인 석유화학에 치중해서는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에게 “호황일 때 사업 다각화를 통한 ‘체질 개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박 부회장의 주도로 LG화학은 배터리와 바이오, 정보전자 분야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을 개발하는 전지사업에만 연말까지 계획된 전체 R&D 투자액 1조원 중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초 LG생명과학을 흡수해 출범한 생명과학사업부문도 백신과 바이오 의약품, 합성신약 개발에 1500억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R&D 능력을 키우기 위해 2020년까지 연구인력을 6300여 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문을 여는 서울 마곡지구 ‘LG사이언스파크’에도 LG화학 통합연구시설을 마련한다. 배터리와 바이오,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R&D 인력이 교류하면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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