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SPC 배당소득세 관련 국세청에 316억 환급 판정
개소세 987억도 패소 위기
'기화 가스' 세금 1130억원
대법원도 관세 부과 기각
[ 이상열 기자 ] 국세청과 관세청이 한국가스공사에 물린 세금을 되돌려줘야 할 상황이 됐다. 과세 적합성을 둘러싼 가스공사와의 다툼에서 모두 패소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무리하게 과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국세청은 2016년 가스공사에서 추징한 316억원의 법인세·지방법인소득세, 관세청은 2013년 추징한 1130억원의 관세 등을 전액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스공사가 국세청을 상대로 조세심판원에 낸 조세불복 심판과 관세청을 상대로 법원에 낸 소송에서 두 기관이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국세청, 패소로 끝난 무리한 과세
조세심판원은 최근 심판관합동회의에서 가스공사가 낸 조세불복 심판에 대해 국세청에 패소 결정을 내렸다. 국세청이 지난해 4월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가스공사가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두 곳에서 받은 배당소득에 세금을 물린 사건과 관련해서다. 가스공사는 1997년 중동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인 버뮤다에 ‘코라스’와 ‘코엘엔지’라는 SPC를 설립했다. 가스공사는 투자 4년 만에 원금을 전액 회수했고 2001년부터 이들 SPC에서 매년 배당금도 받았다. 가스공사는 해당 배당금이 해외자원개발투자 관련 소득이란 점을 근거로 세법에 따라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하지만 국세청은 법인세 감면이 부당하다고 봤다. 코라스와 코엘엔지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일 뿐 중요 의사결정은 국내에서 이뤄졌다는 판단이었다. 실질적으론 ‘내국법인’에 해당하므로 해외자원개발 관련 법인세 감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가스공사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적법하게 보고하고 승인까지 받아 해외에 설립한 코라스와 코엘인지를 내국법인으로 본 것은 잘못이라고 결정했다. 심판 과정에선 세제당국인 기획재정부마저 ‘국세청의 과세 근거가 부족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조세심판원에서 패소하면 법원에 항소하지 못하고 납세자에게 즉시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
게다가 국세청은 지난해 4월 코라스·코엘엔지 관련 세금을 추징할 당시 가스공사에 987억원의 개별소비세를 별도로 과세한 부분도 조세심판원 심판에서 패소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가스공사가 LNG와 액화석유가스(LPG) 혼합물을 판매하면서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LPG 개별소비세율을 부당하게 적용했다”며 개별소비세를 추징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심판 과정에서 개별소비세 과세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 ‘기화가스’ 세금 패소
관세청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1130억원 규모의 ‘관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가스공사에 패소했다. 관세청은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 가스공사에 부과했던 해당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 관세청은 ‘기화 가스’(2007~2012년 발생분)에 대한 관세를 2013년 가스공사로부터 추징했다. LNG는 영하 162도로 냉각돼 액체상태로 운반된다. 수송 과정에서 LNG는 일정 부분 자연 기화되고 수송선은 이를 연료로 활용한다. 수송선은 기화가스를 공짜로 썼다. 하지만 관세청은 기화가스도 일종의 ‘현물운임료’기 때문에 관세 부과 대상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현물 지급분을 액수로 환산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관세청의 과세 논리를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국세청 등 과세당국이 과도한 세금 추징을 남발하면서 패소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과세당국은 무분별한 세금 추징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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