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에도 굳건한 '행사의 달인'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서 첫 만남
히말라야 트레킹때도 동행
[ 조미현 기자 ] “(대통령이) 빠져나갈 때까지는 멘트를 계속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영빈관 안은 최종 리허설로 분주했다. 사회를 맡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멘트까지 꼼꼼히 챙긴 사람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44·사진)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동선부터 자리 배치, 음악 등 각본 없는 기자회견의 ‘각본’을 썼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대통령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소통 대통령’ ‘감성 대통령’ ‘탈권위 대통령’ 등으로 불리는 데 탁 행정관이 기획하는 행사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절 경축식 무대에 뮤지컬 ‘그날이 오면’이 공연된 것도 탁 행정관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문재인 정부 5개년 국정과제 발표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본뜬 ‘정책 콘서트’ 형태로 진행된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는 평가다.
탁 행정관은 2009년 서울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이 18대 대선을 준비할 때 탁 행정관은 북 콘서트 기획을 도왔다. 당시 정치 신인이던 문 대통령은 전국 순회 북 콘서트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이 대선 패배 후 27일 동안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에 측근인 양정철 전 비서관과 함께 동행했다. ‘좌정철, 우현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탁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여성 비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미화 등의 논란으로 야권은 물론 시민단체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탁 행정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적당한 때 그만두겠다”며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논란은 충분히 알지만 행정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에서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하는 연설비서관실이나 대변인실보다 행사기획 쪽 목소리가 더 세다는 얘기도 나온다.
탁 행정관은 성공회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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