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늘리려면 끝까지 힘을 모아야…백스윙톱서 살짝 멈췄다 다운스윙"
백스윙부터 임팩트까지 그립 악력은 한결 같아야
헤드페이스를 목표 방향에 직각으로 맞추는 타이밍 중요
키 160㎝에 250야드 '거뜬' …"1승 더 거둬 신인왕 굳힐 것"
[ 이관우 기자 ] ‘야무지다!’
루키 박민지(19·NH투자증권)를 잘 아는 이들은 그를 대개 이렇게 표현한다. 뭘 하든 딱 부러지게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투어 데뷔 두 번째 대회인 삼천리투게더오픈을 제패하며 ‘무서운 신인’의 등장을 알리더니, 얼마 안가 열린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는 허다빈(19), 윤슬아(31·파인테크닉스), 고진영(22·하이트진로) 등 강자들을 차례로 격파해 파란을 일으켰다. 그와 경기해본 몇몇 선수들은 “승부욕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루키라고는 믿기 힘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박민지는 “누구와 대결을 벌인다는 생각을 하면, 특히 그 상대가 강자일 경우 더 짜릿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스포츠 DNA를 타고난 걸까. 그의 어머니 김옥화 씨(59)는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핸드볼 은메달리스트다.
“저 천재 아니에요. 시키는 대로 잘 참고 연습했을 뿐이에요.”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을 믿고 따랐다는 것이다. 핸드볼을 시켜보려는 어머니의 생각과 달리 그는 체력훈련을 위해 운동장을 처음 돈 날 “너무 힘들다”며 그만둔 뒤 골프채를 잡았다. 이후엔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골프채를 잡은 순간 ‘이게 운명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단다.
그의 키는 160㎝다. 덩치가 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즌 드라이버 비거리가 254.82야드다. 170㎝가 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전체 9위다. 장타 상위 10명 중 그보다 작은 이는 없다. 비결이 뭘까. 그는 “제가 아직 누굴 가르칠 수준이 아니에요. 저 아직 멀었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말 그대로 야무지다.
“드라이버로 거리를 내려면 힘을 축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백스윙 톱인데, 백스윙이 끝나는 순간 눈에 잘 보이진 않아도 꼭 잠깐 멈추는 듯한 느낌을 가진 뒤 다운스윙하려고 해요.”
그렇게 해야 강력하고 빠른 다운스윙에 필요한 에너지가 쌓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다음은 클럽 헤드페이스를 목표 방향에 직각으로 맞추는 타이밍, 그리고 스위트 스폿이다. “멀리 치려고 하기보다는 스위트 스폿은 벗어나지 말자는 생각이 좀 더 강한 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마지막이 그립이다. 강하게 잡는 게 아니라 백스윙, 다운스윙, 임팩트까지 균일한 힘으로 잡는 게 중요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 손에 넣고 조몰락거리는 걸 좋아해 손아귀 힘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하게 잡는 것보다 스윙 과정에서 얼마나 똑같은 힘으로 잡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현재 신인왕 포인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1승 이상 추가하는 게 하반기 남은 목표.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그는 다시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말을 빼먹지 않았다.
“저 절대 천재 아니에요. 연습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그렇게 써주실 거죠?”
■ 박민지 프로는
▷ 1998년 경기 출생 ▷ 키 160㎝ ▷ 보영여고-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 NH투자증권 ▷ 2017년 프로 데뷔 ▷ KLPGA 삼천리투게더오픈 우승
인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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