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한반도 정세와 닮은 '브이아이피'…'신세계' 넘어야죠" [인터뷰]

입력 2017-08-21 11:25  

영화 '브이아이피' 박재혁 役 장동건 인터뷰



한국 영화 전성기를 빛낸 배우 장동건이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서일까. 한층 여유로워지고 더욱 솔직해졌다. 장동건은 그 이유에 대해 "나이가 들어서"라고 쿨한 대답을 내놨다.

그가 선택한 복귀작은 '브이아이피'(박훈정 감독)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로, 대한민국 국정원과 미국 CIA의 기획으로 귀순한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이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장동건은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그동안 영화도 찍고 중국에서 드라마 촬영도 하고 와서 공백기가 길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극 중 장동건은 사건을 은폐해야 하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을 연기하며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로 완벽히 분했다. 장동건과 함께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멀티캐스팅돼 강렬한 변신에 성공했다.

"투톱은 많이 해봤는데 넷이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이 영화는 계주를 하는 듯이 한 배우가 끌어가다가 바통을 터치한다. 분량도 서로 나눠가지니까 촬영할 때는 오히려 편했다. 하지만 내 분량 이 외에는 잘 모르니까 완성작이 어떨지 굉장히 궁금했다."


박재혁은 극이 진행될수록 심경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장동건이 '브이아이피'에 매력을 느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장동건은 박재혁의 심경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중점을 뒀고 캐릭터에 힘을 주기보다는 절제미를 살려냈다.

"영화가 사건 중심이다 보니 인물들의 배경이나 사연이 중요치 않았다. 나는 박재혁이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봤는데 현실적인 인물인 것 같다. 가정이 있는 사람이니까 승진하려 했고 책임감을 가지고 직장에서 살아남으려 하지 않았을까."

영화 초반부터 연쇄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잔인함의 수위는 충격적일 정도로 꽤 높게 표현됐다. 또 배우들은 말 끝마다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끊임없이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화려한 액션 연기로 진한 남자들의 세계를 완성했다.

"수위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잔인한 장면의 존재 이유다. 이 영화는 살인마가 관객들의 공분을 자아내야 하는데, 뒤에는 악행을 저지르는 부분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 세게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는 국정원의 무능력함, 윗선의 입김 하나면 사건이 해결돼버리는 사회 시스템의 취약점을 짚어낸다. 장동건 역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영화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밝히며 "무기를 가지고 마음대로 하고,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세계'로 성공을 맛본 박훈정 감독과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뭉친 작품이기에 흥행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장동건은 내심 걱정을 하면서도 은근 자신감을 내비쳤다.

"청불 영화인데다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라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장르에 충실하기 때문에 영화적으로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손익분기점은 넘었으면 좋겠다. 박훈정 감독의 전작인 '신세계'를 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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