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창출하는 원가 경영의 비밀 ①] 원가 관리, 기본에 충실하라

입력 2017-08-22 09:00   수정 2017-08-22 09:23

세계 최고 이익을 내는 '도요타 원가'의 비밀
"원가 관리는 '자신의 일'에서부터 시작이다"



금융 위기 이후 저성장,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소비자는 가격 대비 성능과 품질이 괜찮은지 즉, 돈에 합당한 가치가 있는지가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양산 브랜드는 물론 고급 브랜드도 비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장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가격을 올려 수익을 높이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가격은 메이커가 아닌 시장이 결정한다’라는 도요타의 원가 관리 기본 원칙은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무엇보다 가성비를 무기로 시장을 개척해왔다. 특히, 금융 위기 직후 일본 업체들이 주춤한 틈을 타 품질과 성능을 크게 개선하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 포지션이 급격하게 약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장이 중국이다. 이른바 ‘중국식 혁신’으로 무장한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중국 업체들을 짝퉁 이미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도 어느 정도 갖추면서(enough quality)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단기간에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 폰을 비롯해 우리 기업들을 압도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선진 시장에서는 2012년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에 힘입은 일본 업체들이 위에서부터 우리 기업들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다. 우리 제품과의 가격차가 거의 없어졌고, 일부 모델들은 더 저렴해지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며 증대된 수익을 상품성 개선에 투자하면서 우리에게 잠시 내주었던 가성비 측면에서도 경쟁 우위를 회복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신넛크래커(nut-cracker)’라고 일컫는 이러한 경쟁 구도의 변화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 산업은 아직도 구조 조정이 진행 중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많은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근저에는 품질이나 성능보다 원가 경쟁력의 약화가 가장 크다. 지금의 원가 경쟁력 약화 현상에는 인건비 상승 등 원가와 직접 관련된 요인들이 있겠지만, 원가 의식의 약화와 원가 관리 역량의 부족도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반성이 필요하다.

가성비 중심의 양산 시장에서 브랜드의 힘을 기반으로 한 선진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은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이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향 이동이 자칫 원가 의식을 약화하고, 원가 관리를 느슨하게 만들어 원가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금은 상급 시장조차도 가성비가 중요한 시대이다. 고급 브랜드들이 그것을 ‘합리적인 가격의 고급’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만 다를 뿐이다. 이러한 상향 이동을 통해 결코 원가 경쟁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며 철저한 원가 관리를 실천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금융 위기를 전후로 많은 우리 기업이 가성비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상급 시장으로 이동해 왔다. 그러한 전략의 배경에는 우리 제품도 이제 품질과 성능의 수준이 높아졌으니 이에 걸맞은 가격을 받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가 의식과 원가 절감 노력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금융 위기라는 대사건을 겪었지만, 전사적으로 대대적인 원가 절감을 전개했던 기업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상급 시장에 새로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품질이나 성능이 기존 업체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데 말이다. 반면, 위기에 빠졌던 우리 경쟁자들은 고비용 구조를 타파하는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많은 기업이 위기를 이야기한다. 위기에 직면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본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원가는 기업 경쟁력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리고 관리의 기본 역시 원가 관리이다. 그러므로 위기 극복의 출발점은 원가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주)도요타엔지니어링의 호리키리 도시오 회장은 최근 발간한 책 '도요타의 원가'에서 원가 관리의 시작은 바로 자신이 하는 일부터임을 잘 지적하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부터 철저하게 원가를 계산하고 개선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의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한다. 시켜서 하는 업무는 일이 아니다. 가치 없는 업무는 일이 아니다. 가치는 창조를 통해 만들어진다. 가치 없는 일을 없애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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