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생산공정에 9만대 투입
유럽기업 M&A로 경쟁력 확보
실업률 높아져 소득불평등 심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성장 타격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국 후베이성에서 유모차를 생산하는 한 기업은 최근 제조공정에 로봇을 도입했다. 매년 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에 달하지만 직원 이직률이 20%를 넘기 때문이다. 후청펑 사장은 “종업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렵다”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어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중국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4년 정부가 ‘로봇 굴기(?起)’를 선포한 이후 산업용 로봇시장 규모가 매년 20~30%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제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로봇 혁명’이 세계 경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23일 내다봤다.
◆로봇 3분의 1이 중국에 배치돼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이 산업 현장에 새로 배치한 로봇은 전년보다 27% 증가한 9만2000대를 기록했다. 7년 만에 약 여섯 배 증가했다. 단일 국가 최대 규모로 같은 기간 세계에 신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작년 중국에서 로봇 도입을 주도한 업종은 전기·전자산업이었다. 두 업종에서 설치한 로봇은 1년 전보다 75% 많은 3만 대에 달했다. 이들 로봇의 3분의 1은 중국 로봇 제조업체가 공급했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10만8000대의 로봇이 자동차 생산공정에 투입됐다. 세계 자동차 제조용 로봇 수요의 25%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그래도 중국의 산업용 로봇 밀집도(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대수)는 국제 평균 수준을 밑돌아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2019년 16만 대의 로봇이 중국 산업 현장에 신규 투입될 것으로 국제로봇연맹은 관측했다. 시장조사기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2020년 중국 로봇시장이 현재의 두 배 규모인 594억달러(약 67조원)로 커지고, 세계 로봇 관련 산업 지출의 3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징빙장 IDC 수석연구원은 “중국 공장과 창고, 물류시설에서 공정 자동화 로봇을 채택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M&A로 글로벌 선두기업 추격
중국의 로봇 굴기는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과 유럽 기업으로부터 로봇을 수입하기 바빴지만 이젠 자금력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자체 제조한 로봇을 들고 세계 로봇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그룹은 지난 3월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기업 중 한 곳인 독일의 쿠카를 45억유로(약 6조원)에 인수했다. 쿠카의 한 해 매출은 30억유로에 이른다. 메이디그룹은 2월에도 이스라엘 로봇 솔루션 업체 서보토닉스를 사들였다. 중국 사모펀드 에이직캐피털은 지난해 이탈리아 로봇 기업 지매틱을 인수했다.
중국 기업의 로봇 굴기는 정부의 로봇 육성 정책과 맞닿아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4년 “로봇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2020년 중국은 세계 로봇시장의 45%를 차지해 세계 1위 로봇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로봇산업에 있다고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두 배 넘게 오른 임금 탓에 고용을 꺼리는 기업들도 정부의 로봇산업 지원책을 환영하고 있다.
◆‘로봇 굴기’ 파급 효과 우려돼
생산공정에 로봇을 투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중국의 임금 수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제조업 근로자의 임금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53%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로봇 도입에 따른 제조공정 자동화로 중국 기업의 생산성과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 사용이 증가하면 중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는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켜 전반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소비가 위축되면 그 영향이 확산돼 세계 경제의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사회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숙련도가 중간 수준인 기술자들이 가장 나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