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프런티어] 바이오니아, 분자진단 키트 3종 유럽 인증 눈앞… 38억달러 시장 잡는다

입력 2017-08-24 16:50  

글로벌 선두 제약사가 장악
B형 간염·C형 간염·에이즈
분자진단 키트 시장 출사표

신개념 탈모방지기능성 화장품
간암·흉터 치료제 등 임상 추진



[ 한민수 기자 ] “HBV(B형 간염) HCV(C형 간염) HIV(에이즈) 등 3종의 분자진단 제품에 대한 유럽 인증(CE-IVD)이 오는 10월께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 분자진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품목으로, 판매 허가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입니다.”

1992년 설립된 바이오니아는 1세대 바이오벤처다. ‘1세대’라는 단어에서 짐짓 업계 원로의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56·사진)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국 바이오업계의 개척자와 마주하고 있음을 금세 느낄 수 있다.

최근 대전 대덕 본사에서 만난 그는 ‘아시아 최초’ ‘세계 최초’라는 말을 끊임없이 엮어냈다. 25년이라는 업력은 박 대표의 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오는 28일 창립 25주년을 맞는 바이오니아는 그동안 쌓아온 ‘최초’ 기록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개척을 본격화하고 있다. HIV HBV HCV 분자진단 시약(키트)의 유럽 인증을 획득하면 아시아 기업으로는 최초라는 기록을 또 쓰게 된다.

◆분자진단 핵심 시장 진입 ‘눈앞’

이번 인증 신청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글로벌 기업 로슈의 최신 분자진단 시스템인 ‘COBAS 8800’과 비교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동등한 성능을 보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분자진단 장비와 진단 키트의 자체 개발 및 제품화에 성공한 회사는 세계에서 로슈와 바이오니아 두 곳뿐이다.

바이오니아의 이번 인증은 세계 분자진단의 핵심 시장에 진입한다는 의미가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분자진단 시장 규모는 79억달러(약 9조원)였다. 이 가운데 에이즈와 B형 및 C형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 HBV HCV 진단 시장이 38억4000만달러로 절반에 가까운 48.6%를 차지한다. 시장이 가장 크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슈 홀로직 퀴아젠 등의 글로벌 기업이 과점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분자진단은 세계 인구의 80%가 쓰지 못하고 있는데, 비싸고 너무 전문적이기 때문”이라며 “바이오니아는 소재부터 장비, 시약까지 분자진단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하고 있고 이를 통한 가격 경쟁력으로 분자진단의 사각지대에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니아 분자진단 키트 가격은 글로벌 기업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번 인증의 주요 목표는 글로벌 펀드다. 허가가 나면 유엔이나 글로벌 자선기금에서 조성한 펀드의 구매목록에 들어갈 수 있다. 제품 성능과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있어 인증만 받으면 글로벌 펀드의 발주 물량 수주를 낙관하고 있다.

그는 “기존 연구용 유전자 제품이 바이오니아의 첫 번째 현금 창출원인데 올해 두 번째 현금 창출원으로 분자진단을 장착하게 된다”며 “이를 기반으로 RNA 저해(RNAi) 신약을 개발해 맞춤형 헬스케어 기업이 되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고 했다.

올해는 연구용 유전자 제품에 이은 분자진단 기술의 상용화로 영업흑자 전환을 바라보고 있다. 유전자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분자진단 시장에 뛰어든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RNAi 신약 개발도 본격화

난치성 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RNAi 신약 개발도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DNA가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라면 RNA는 설계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다. RNAi는 설계도 전달 과정을 방해해 단백질 생성을 막는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의 화학합성이나 바이오 의약품 대부분은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에 작용했다”며 “RNAi는 질병 단백질의 생성 자체를 차단하는 새로운 개념의 유전자 신약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단점은 RNAi 물질이 혈액에서 분해되고, 질병세포 내로 전달이 어렵다는 것이다. 바이오니아는 RNAi 물질을 표적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SAMiRNA’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의 짧은 합성 RNA(siRNA) 전구물질이다. 전구물질이란 체내 흡수 이후 표적한 조직에서만 효능을 발휘하는 약물을 말한다. 동물실험에서 항암 효과도 입증했다.

임상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 6월 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급의 RNA 생산 공장 투자에 들어간다. 그는 “GMP 투자가 끝나면 바이오니아는 신약후보물질 도출에서 최종 생산까지 RNAi 수직일관화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며 “개발 중인 RNAi 신약들이 임상 단계에 접어든 만큼 직접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과 공동 개발 중인 흉터 치료제와 간암 치료제는 내년 전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세계 최초의 RNAi 기반 탈모 방지 기능성 화장품은 내년 임상시험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는 “바이오니아의 첫 번째 목표가 유전자 기술을 내부적으로 습득하고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목표는 이를 통해 새로운 길을 닦아 나가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 우리는 목표의 단 10%밖에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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