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채권 선호현상 두드러져
SK건설·대우건설도 발행 채비
[ 서기열 기자 ] 시공능력 8위 건설회사인 롯데건설(신용등급 A0)의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기관투자가들의 ‘사자’ 주문이 몰리며 역대 최고 낙찰가율(평가가격 대비 확정가격)을 갈아치웠다. 2013년 전후 대규모 부실 발표로 인한 대형 건설사 기피 현상이 누그러지면서 투자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2년 만기 회사채 발행금리를 연 3.338%로 잠정 결정했다. 앞서 희망했던 4.398%보다 1.0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기관투자가들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회사채 가격을 경쟁적으로 높게 써내면서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래 최대 금리 절감폭을 기록했다.
500억원어치 회사채 모집에 3640억원어치 기관 자금이 참여해 청약 경쟁률은 7.28 대 1을 나타냈다. 올 상반기 평균 경쟁률 3.05 대 1을 크게 웃돈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롯데건설은 발행 규모도 두 배인 1000억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지난달 시공능력 10위 현대산업개발(A+)의 회사채 수요예측 때도 공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채권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산업개발은 희망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은 이자비용에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확정했다. 롯데건설이 이번에 세운 1.06%포인트 직전 최고 낙찰가율이었다.
박진영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 신용이 저점을 찍고 턴어라운드했다는 신호”라며 “최근 고금리 채권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같은 신용등급 평균보다 더 많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설사 회사채 매력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유통시장 시가를 반영한 롯데건설 2년 만기 회사채 평가금리는 연 4.39%다. 신용등급 ‘A0’ 회사채 평균(연 2.656%)보다 1.7%포인트 이상 높다.
해외 건설 부실과 국내 분양경기 부진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대형 건설사들은 2015년과 지난해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미분양 부담을 크게 해소했다. 보수적인 회계처리로 미청구공사 등 잠재 손실을 크게 축소한 덕분에 최근 실적 개선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이 앞으로 수년 동안 건설경기가 꺾인다 하더라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투자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공모 회사채 발행을 주저했던 다른 신용등급 A급 건설사도 회사채 발행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시공능력 4위 대우건설(A-)는 2013년 9월 마지막 공모채를 찍은 이후 4년 만에 공모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시공능력 9위 SK건설(A-)은 다음달 초 1000억원 안팎의 회사채를 3년 만기로 발행하기에 앞서 투자 수요를 알아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건설사들이 자구 노력을 통해 차입금을 많이 줄여놔 채권시장 자금의 건설업 이동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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