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깜짝쇼' 아닌 의미있는 기술 혁신에 포커스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반드시 점유율 회복할 것
수첩 꺼내다 길쭉한 휴대폰 착안
노트 시리즈 탄생 비화 소개도
[ 이정호 기자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사진)은 24일 “올해 말까지 갤럭시노트8의 글로벌 판매량이 11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이날 미국 뉴욕 피에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갤럭시노트8의 올해(9~12월) 판매량이 갤럭시노트5의 첫해(2015년 8~12월) 판매량(1100만대)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뉴욕의 복합문화센터 파크애비뉴 아모리에서 갤럭시노트8 공개 행사를 열었다. 갤럭시노트8은 다음달 15일 한국, 미국 등에서 정식 출시된다.
고 사장은 듀얼카메라와 18.5 대 9 비율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등 갤럭시노트8에 담긴 혁신 기능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모든 기술혁신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게 개발자 출신으로서의 평소 소신”이라며 “보여주기식 깜짝쇼가 아니라 사용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의미있는 혁신에 모든 포커스를 맞췄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 7조여원의 손실을 끼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갤럭시노트7은 배터리 발화 문제로 출시 50여 일 만인 작년 10월 단종됐다. 고 사장은 “처음 말하는데 저도 너무 힘들었고 삼성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다”며 “하지만 세계 16만5000여 명에 달하는 무선사업부 임직원의 힘으로 다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어 “갤럭시노트8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임직원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상처를 털어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011년 첫 제품이 나온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탄생 비화도 소개했다. 그는 “2009년 무선사업부 개발관리팀장(전무) 시절 삼성 회사수첩을 우연히 꺼내보다가 수첩처럼 길쭉한 길이의 대화면 휴대폰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게 노트 시리즈”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종균 대표(당시 무선사업부장)와 같이 스티로폼을 휴대폰 모양으로 잘라 크기를 비교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무선사업부의 신사업 추진을 묻는 질문에 “휴대폰만 갖고 계속 지금 같은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는 나 스스로에게 항상 하는 질문”이라며 “지난 5월 무선사업부 전 임원이 모여 2020년 비전을 설정하고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고 답했다. 그는 “신사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당장 말할 순 없지만 향후 5세대(5G) 통신 상용화 등 기술 변곡점에서 새로운 서비스, 소프트웨어, 소재 분야의 사업 기회가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의 약진으로 고전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고 사장은 “이달 1일 유통망 등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일부 방만하게 운영하던 사업조직을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절대로 포기하는 시장이 아니다”며 “중국에서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도 반드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델별로 100만~130만원대 가격이 예상되는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와 관련, “100이라는 숫자의 상징성 때문에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감이 생길 수 있다”며 “가급적 앞의 숫자가 1이 안 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엔트리 모델인 갤럭시노트8 64기가바이트(GB) 제품의 출고가는 90만원대 후반에 책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 사장은 “각국 통신사업자와 막판 가격 협의를 벌이고 있다”며 “한국도 다음달 10일 전후로 최종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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