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실질적 동반자" 평가하며 북핵 문제 '중국 역할' 우회 강조
시진핑도 사드 불편한 심기 드러내
뼈 있는 말 주고받은 한-중
정세균 "견월망지(見月忘指)…본질 봐야"
추궈훙 "25년 전 초심을 지켜야"
[ 김채연/이미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교환했다. 두 정상은 수교 25년간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기념행사도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따로 치러진 데다 양국 정상 및 외교 수장도 불참해 ‘구색 맞추기용’에 그쳤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양국 간 불편한 감정이 고스란히 표출됐다.
◆두 정상, 겉으로는 축하 메시지…
문 대통령은 24일 외교부를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서 “25년간 양국 정부와 국민이 긴밀한 교류를 통해 성숙한 관계를 발전시켰다”며 “양국 공동 번영과 나아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발전에 기여하는 실질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사드 갈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양국 관계의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노력을 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수교 25년간 양측의 노력하에 관계가 발전해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줬다”며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함께 노력해 정치적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고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해 양국 관계를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견 처리’를 언급한 시 주석의 메시지는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냉랭했던 25주년 기념행사
이날 오후 베이징에서 주중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기념식에는 중국 측 주빈으로 완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및 과학기술부 부장이 참석했다. 완강 부주석 직위는 장관급보다 높지만 한반도 문제와는 거의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중국이 기본적인 의전을 지키면서도 사드 불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서울에서 주한 중국대사관이 주최한 기념식엔 정세균 국회의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송영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참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열리는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이날 러시아로 출국했다.
정 의장은 축사에서 “견월망지(見月忘指: 달을 볼 때는 손가락을 보지 말라는 뜻)라는 말이 있다.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말”이라고 소개한 뒤 “모든 주권국가는 외부 위협에 대해 자위적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 반대’에 집착하기보다는 사드 문제의 원인이 된 북핵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초심을 지킬 때 한·중 관계는 정확한 방향을 마련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25년 전 한·중 양국이 장애를 극복하고 수교했을 당시 그 핵심은 상호 이익을 존중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며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사드가 침해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내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선 중국 측에서 한반도 문제와 무관한 천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차오웨이저우 전인대 외사위원회 부주임 등이, 한국 측에선 김장수 주중대사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양측 축사 후 바로 만찬으로 이어져 한 시간 반 만에 끝났다.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에는 양국이 공동으로 기념식을 열었으며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진핑 주석이 참석했다.
김채연/이미아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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