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에게 법원이 징역 5년형을 선고하면서 주가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오너 리스크로 장기 경영 공백이 발생한 대기업집단 사례의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이 불가피했다고 26일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주요 사업이 호조를 보인 경우 중장기적인 여파가 미미했다는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의 실형이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재계 순위 20위권 내인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SK그룹, CJ그룹 등 대기업집단의 오너 리스크가 부각된 당시 지주회사 혹은 주요 사업회사의 주가 흐름은 업황과 총수 부재기간 등에 따라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
2006년 4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2011년 1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례의 경우 주가에 미친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5거래일간 현대차 주가는 5.86% 하락했고, 한달 기준으로는 17.13% 후진했다. 다만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최종 선고받기까지 약 2년간은 5.4% 뒷걸음질치는 데 그쳤다.
김 회장이 2011년 횡령·배임·주가조작·탈세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당시 지주사 한화 주가는 5거래일간 4.71% 밀렸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김 회장이 구속되고,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되기까지 주가는 38.57% 급락했다.
반면 SK그룹과 CJ그룹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다. 이는 각 그룹사 핵심 업황이 성장하면서 총수 부재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우 구속 이후 되레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2013년 6월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CJ주가는 5거래일간 16.02% 올랐다. 이후 이 회장이 구속 기소되는 과정을 거친 한달간 기준으로는 12.62% 올랐다. 2014년 징역 4년이 확정되기까지는 69.42% 상승했다.
SK 주가는 2012년 1월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펀드 출자금을 빼돌려 옵션투자 위탁금 명목으로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당시 5거래일간 1.9%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후 한달간 9.51% 내렸지만 최 회장이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은 2014년 2월까지로 시계열을 넓히면 8.37% 상승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주요 대기업집단의 오너 리스크 부각 당시를 살펴보면, 핵심 계열사와 그룹주에 중립 이하의 부정적인 주가 영향이 확인됐다"면서도 "그룹사 핵심 업황의 구조적 성장세가 나타나는 경우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오너 리스크의 주가 영향은 대체로 미미했다"고 진단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과거 비자금과 횡령 등으로 오너가 구속된 CJ와 SK, 오리온 그룹의 경우 주가에 단기적인 충격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되는 모습이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실형이 삼성전자나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1월과 2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검이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1월16일 당일에는 2%대 하락했으나 반도체 '슈퍼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렸다. 이에 주가는 이후 200만원과 250만원선 고지를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가는 업황 고점 논란이 불거지며 이달 들어 조정을 받았지만 구속영장 청구일 이후 28.25% 뛴 상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기업가치와 펀더멘털(내재가치)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는 (최근 조정으로) 사전에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를 먼저 반영한 만큼 (이번 판결이) 주가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죄 판결로 이 부회장이 2심에서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겠지만 현 경영진이 삼성전자를 잘 꾸려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의 공백, 구속 여부와 관계 없이 삼성전자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 80억달러 규모의 하만 인수가 마무리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양 센터장은 "반도체 사업 호조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노트8' 역시도 무사히 출시됐다"며 "오너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경영진들이 원활한 소통을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 부회장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전망인 만큼 삼성전자 주가와 증시 향배에는 중립적이란 평가가 많았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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