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지혜 기자 ]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은 과연 태양계의 어디쯤일까.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평균태양시’는 말 그대로 평균 시간을 의미한다. 이 시간의 흐름을 동그란 원이라고 한다면 정확한 실제 태양시는 굴곡 있는 타원형의 흐름이다. 태양의 공전 주기가 타원형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럭셔리 워치 메이커들은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한 시간을 보여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고가 시계 브랜드 브레게가 올해 신제품으로 내놓은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은 이 고민에 대한 답이 담겨 있다. 균시차(equation of time)라고 부르는 복잡한 기능을 담은 것이다. 균시차란 평균태양시와 진태양시(실제 태양의 시와 분) 간 차이를 보여주는 기능이다. 실제 시간과는 -16분에서 +14분가량 차이가 난다. 평균태양시와 진태양시가 일치하는 날은 1년에 단 4일뿐이다. 브레게는 이 시계 다이얼 위에 균시차를 보여주는 시곗바늘을 하나 더 달아 현재 시간과의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플래티늄 버전 1점, 로즈골드 버전 1점 등 2개만이 한국에 들어왔다. 올해 3월 스위스 바젤월드에서 공개한 뒤 국내에서도 구입 문의가 많이 들어온 제품이다.
브레게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은 균시차뿐 아니라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기능)과 퍼페추얼 캘린더(수백 년 동안 시간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능)를 모두 갖췄다. 브레게가 세 가지 복잡한 기능을 다 담은 시계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0시와 11시 방향, 1시와 2시 방향에 달린 2개의 창이 요일뿐 아니라 월과 윤년 주기를 표시한다. 날짜는 닻 모양으로 만든 시곗바늘이 가리키게 했다. 80시간 동안 시계를 풀어놔도 자동으로 구동되는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췄다.
또 창립자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프랑스 왕 루이 18세의 왕정 해군을 위한 크로노미터 메이커로 임명되는 등 브랜드의 역사를 담았다는 의미도 있다. 당시 해군들이 항해할 때 무엇보다 바다에서 정확한 경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위해 진태양시를 알아야 했다. 프랑스 왕정 해군의 최고 함선이었던 로열 루이의 모습을 뒷면에 새겨넣었다. 43.9㎜ 크기다. 가격은 로즈골드 2억6600만원대, 플래티늄 2억8500만원대다. 이달 말까지 갤러리아백화점에서, 9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잇달아 전시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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