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생태계의 혈맥, 사모펀드 역할에 주목할 때다

입력 2017-08-27 18:47  

국내 1위 주방생활용품업체 락앤락이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회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팔린다고 한다. 락앤락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준일 회장은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면 오히려 짐이 될 것”이라며, “락앤락을 글로벌 종합생활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결단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기업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투자나 경영 측면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PEF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미국 블랙스톤 칼라일그룹 등에서 보듯 경영권을 확보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남기는 바이아웃 투자를 하는 PEF는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문제는 국내에서 바이아웃하면 아직도 론스타를 말할 만큼 PEF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오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먹튀’로 간주하는 게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바이아웃 회사는 주로 잠재력이 좋은 기업을 인수한다. 평균 4~7년간의 투자기간이 말해주듯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구조조정을 지연하기 일쑤인 국가 정책자금과 달리 시장 주도 구조조정에도 기여한다.

문제는 북미에서 바이아웃이 성장자본의 3배에 달하는 데 비해 한국은 반대라는 점이다. PEF가 자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한 비중이 작다는 것이어서 그 역할이 확대될 여지가 그만큼 많다. 혁신적 경영 변화, 기업가치 제고, 전략적 투자자 등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면 PEF에 눈을 돌릴 만하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그렇다. 바이아웃으로 고수익 투자처 제공,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 경영자 시장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은행, 은행 및 증권사, 연기금, 보험사, 공제회, 회계법인, 로펌, 컨설팅사, 헤드헌터 등 연관된 분야 또한 넓다. 금융위원회가 업무보고에서 정책금융 지원 확대를 강조했지만, 그보다 민간 벤처캐피털과 함께 사모펀드를 더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 금융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3000억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바이아웃 시장에서 찾는 게 더 빠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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